[구조조정의 이면]'립스틱 효과' 재현되는 2016년…전형적인 불황형 소비

독한 불황…얼어붙은 소비심리 속 술·담배·도박' 매출은 '쑥쑥'도박장 방문객도 늘어…'믿을 건 일확천금의 꿈 뿐'자영업자 증가로 가장 잘 팔리는 車 1위가 '생계형 소형 트럭'

▲립스틱(자료사진)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이주현 기자]'불황일수록 립스틱이 잘 팔린다.' 경기불황 때마다 나오는 이 뻔한 속설이 2016년 재현되고 있다. '불황의 소비법칙'으로까지 통하는 이 속설에 맞춰 최근 저렴한 가격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립스틱을 비롯해 대표적인 서민 술 소주, 인생역전 사행심을 부추기는 복권까지 판매가 늘었다. 또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20대와 '한 방'을 통해 재기하려는 이들 중심으로 점집과 도박장도 성행하고 있어 장기 경기침체를 겪고있는 대한민국의 경기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의 씀씀이는 크게 줄었지만 불황형 소비품목 판매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5월 들어 두 자릿수(99)로 내려갔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주 등 주류와 담배,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라면 등의 판매는 크게 늘었다.A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 1~5월 맥주, 소주 등 주류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18.6%, 1.9% 신장했다. 라면 매출도 13% 증가했다. 특히 담배 매출은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50.1% 늘었다. 이러한 소비패턴은 편의점에서도 볼 수 있다. B편의점의 1~5월 소주, 맥주 매출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23.1%, 26.9% 성장했다. 라면 성장도 도드라졌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1% 매출이 늘었다. C편의점 역시 1~5월 소주, 맥주, 라면 매출이 각각 37%, 183%, 22.2% 늘어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전문가들은 '소주'만 먹고 '담배'만 피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소비자들이 다양한 주종을 찾기 보다는 기존에 먹던 소주, 맥주 등을 소비하면서 '불황형 흑자'형태를 보인다"며 "생필품으로 꼽히는 라면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불황을 알리는 대표 제품인 립스틱 판매량은 급증했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에서는 올 1월1일부터 지난 9일까지 립스틱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20% 증가했으며 립글로즈는 1267% 신장했다. 경기불황일 때 잘 팔린다는 미니스커트 판매량도 11% 늘었다.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생계형 소형 트럭'이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1t 트럭 '포터'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4만4696대가 판매되면서 국내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올랐다. 포터는 주로 길거리에서 채소나 과일을 팔거나 푸드트럭, 택배, 이삿짐 운반 등에 이용되는 생계형 소형 트럭이다. '서민의 발'로 불리는 이 트럭이 잘 팔린다는 것은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영업에 뛰어드는 퇴직자들이 많아져 포터 수요가 늘어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조선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퇴직자들이 크게 늘어날 상황에서 포터의 판매량도 연간 기준으로 사상 첫 '10만대'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당장 먹고 살 돈도 없다'는 푸념은 보험계약 해지로 이어지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 거제지점 고객창구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보험계약 해지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보통 때보다 하루에 서너명 이상 고객이 계약해지를 문의해 온다"고 털어놨다. 명예퇴직을 한 고객이 회사가 내주던 개인연금을 해지하거나, 대기업 협력업체 사장들이 수억원 상당의 고액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잦다. 또한 기존 보험 계약을 담보로 한 대출도 평소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해운사가 밀집한 경남 거제 등 지역에서는 최근 '생계형 대출'이 급격히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제 영업지점에서 최근 실소유로 이어지지 않는 주택담보대출과 일반신용대출이 뚜렷하게 늘고 있다"며 "생계유지를 위해 현금을 인출해나가는 경우가 많아 예금수신액도 빠져나가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고용불안과 취업난 등에 지친 이들은 '일확천금'을 기대하며 복권이나 도박에 빠지기도 한다. 강원랜드에 따르면 지난 1~5월 강원랜드를 찾은 입장객수는 130만3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9만9000명)에 비해 약 0.4% 증가했다. 상승폭은 미비하지만 불황 속 도박판으로 몰려든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도피처'로 로또나 카지노장을 찾는 이들이 많다"면서 "취업난 때문에 20대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타로카드 등 점집이 성행한지 오래"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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