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조선의 민낯①]'승진을 거부합니다'...현중의 슬픈 자화상

현대車 이어 현대重 노조도 진급거부권 요구[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승진을 거부합니다."승진을 거부하는 현대중공업 직원이 늘고 있다. 승진에 따른 성취감보다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에서다. 실적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에 내몰린 현대중공업의 슬픈 자화상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ㆍ단체협상 요구안에 '진급 거부권' 조항을 포함시켰다. 조합원이 비조합원 직급으로 넘어갈 때 승진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추가한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임단 협안을 만들기 위해 여론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이런 요구들이 많이 나왔다"며 "진급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직원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2014년 전사 안전결의대회를 갖기 위해 현대중공업 임직원과 협력사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인 모습.

이같은 '승진 거부' 움직임은 생산직 기원과 사무직 대리급에서 주로 진행되고 있다. 노조원의 마지막 직급에 해당하는 이들이다. 현장 생산직 근로자는 기원에서 기장으로 진급하면 비조합원 신분이 된다. 사무직 근로자도 대리까지만 노조에 포함돼 있다.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는 순간 성과연봉제 대상이 된다. 근속연수에 따라 자연스레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포기하고 업무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성과 연봉제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 사무직 A씨는 "정리해고가 비조합원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노조라는 방패막에 남으려는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을, 올해는 기감(사무직 차장급) 이상 생산직 직원들로 확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기장으로 진급한 B씨는 "예전엔 입사 동기들에 뒤쳐진다는 생각 때문에 진급하고 싶었는데 막상 승진하고 나니까 더 불안하다"며 "사무ㆍ현장에서는 진급을 피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짜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초 희망퇴직을 통해 과장급 이상 사무직원과 고참급 여직원 등 1500여명을 내보냈다. 올해는 9일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으며, 접수기한은 당초 15일에서 20일까지 연장됐다. 이번 희망퇴직으로 약 3000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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