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석유 전쟁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동 지역의 맹주 자리를 놓고 앙숙관계였던 두 나라가 석유 패권을 놓고 맞붙을 경우 유가도 극심한 변동성을 겪게 될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관측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7일 알리 빈 이브라힘 누아이미(81) 석유장관을 전격 교체하면서부터 촉발됐다. 누아이미는 21년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을 맡아 오면서 세계 석유 시장을 쥐락펴락 해왔다. 북미 지역 셰일 오일 붐으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던 지난 2014년 하반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이 아닌 생산량 동결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던 것도 누아이미의 작품이었다. 그는 단기간 저유가를 감내하더라도 북미 지역의 셰일 오일 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려야 OPEC의 시장 점유율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일부 회원국들의 불만을 잠 재워왔다. . 그러나 올해 들어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회원국들이 장기간 저유가 기조에 따른 피로감으로 인해 ‘최소한 생산 동결이라도 해야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누아이미 역시 이에 수긍, 지난 달 17일엔 원유 생산량 동결을 위한 주요 산유국 회의가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다. 그러나 이란 변수가 발목을 잠았다. 핵 개발을 둘러싼 서방의 경제 제재로 꽁꽁 묶여 있던 이란은 올해초 금수 조치 해제와 함께 사우디의 경쟁자로 재부상하고 있다. 이란 부활의 지렛대는 단연 석유다. 이란은 금수조치 이전 수준으로 생산량이 회복된 이후 생산 동결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다른 산유국들도 이를 묵인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같은 기류는 사우디의 새로운 실세로 등장한 모하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자(30)의 말 한마디에 뒤집어졌다. 사우드 왕자는 “이란이 동참하지 않으면 산유량 동결 합의는 없다”고 선언했고, 누아이미 전 장관이 참석했던 카타르 도하 산유국 회의는 결국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모하마드 왕자는 석유 증산을 통한 이란의 부상을 막기 위해 당분간 저유가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가 필요로하면 사우디의 산유량을 6개월 내에 하루 1250만 배럴까지 늘릴 수 있다”고 장담한 바 있다. 현재 사우디의 하루 산유량은 1000만 배럴 안팎이다. 이번 누아이미의 전격 교체도 결국 모하마드 왕자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칼리드 알팔리 신임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사우디가 기존 정책 고수를 천명하며, 생산량 고수 입장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등은 “금수 조치 이전 수준의 산유량과 석유수출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적극적인 증산과 수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란은 하루 420만 배럴 정도의 원유를 생산해오다가 2012년 국제사회 금수조치로 생산량이 반토막이 났었다. 최근엔 하루 300만 배럴까지 생산량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앞으로 양국은 석유 시장 주도권과 함께 지역 패권 장악을 두고 불꽃튀는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어게인캐피털 창립자인 존 킬더프도 9일 CNBC에 출연해 “사우디는 (석유장관 교체이후) 더욱 강력한 조치들을 내놓을 것이며 이는 시장 변동성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최근 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향후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날 2.77% 하락한 배럴당 43.44달러에 마감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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