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 '반칙 당선' 응징 벼르는 檢

[아시아경제 류정민 차장] "낙선할 수도 있는데 왜 선거에 나왔느냐." 총선 후보자에게 이런 질문은 우문(愚問)이다. 총선 후보자 벽보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저마다 당선을 자신한다. 나름 진지한(?) 계산에 근거한 판단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지역구 당원 인원에 그들의 가족 숫자를 곱하고, 출신 지역 향우회 인원과 자신이 나온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동창을 더한 인원이 기본이다. 여기에 자신이 직접 명함을 건넨 인원을 어림잡으면 당선 가능 숫자에 가깝다.그들에게 여론조사 지지율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숨은 표'의 힘이 자신을 당선으로 이끈다고 굳게 믿는다. 선거 판세가 박빙으로 진행될수록 저마다 승리가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당선이라는 생각에 '묘수'를 찾고자 골몰한다.
후보자 역량에 대한 홍보, 센스 있는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네거티브 선거'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상대 후보의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을 들추고, 색깔론을 퍼뜨리고, 비리 의혹을 사실처럼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출처 불명 여론조사를 퍼뜨리며 '여론조작'을 이끌고, 표를 매수하는 '극약처방'까지 단행한다. 이유는 단 하나, 승리다. 국회의원 당선은 가문의 영광이다. 상상 이상의 막강한 권한이 보장된다. 걸어 다니는 헌법 기관 아닌가. 돈을 마구 풀어서 당선된 사람은 본전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이 '딴마음'을 먹으면 선거에 사용한 돈의 몇 배에 이르는 '검은돈'을 챙길 수도 있다. 불법·탈법 선거운동은 그렇게 비리 정치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된다. 예전에는 불법 선거운동을 치러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감히 국회의원을 누가 건드리겠느냐는 오만이 부른 착오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반칙 당선'은 대가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4월13일 오후 6시가 지나면 국회의원 당선자의 옥석(玉石)을 가리는 사법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검찰은 이미 칼을 갈고 있다. 이미 125명이 넘는 국회의원 후보자가 검찰 수사 대상이다. 총선이 끝나면 당선자 중에서 검찰에 소환될 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검찰 공소장을 접수한 후 2개월 이내에 당선 유·무효 판결을 내리기로 했다.  반칙으로 당선된 사람을 응징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투표를 통해 당선된 이들에게 '당선무효' 처분을 내리려면 합당한 근거가 뒤따라야 한다. 선거범죄를 둘러싼 사법절차가 국회 의석분포 재조정의 용도로 활용돼서는 곤란하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만 엄격하고, 다른 쪽은 관대한 처분을 내린다면 '민심의 회초리'는 검찰과 법원으로 향할 수도 있다. '법(法)의 칼날'은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공정한 잣대를 근거로 사용돼야 한다. 류정민 차장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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