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전초전 무색?…인물바람 안 부는 총선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대선 전초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인물·정책·쟁점이 부재한 3무(無)선거로 치닫고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각 대선주자들의 희비(喜悲)는 갈리겠지만, 대선주자를 통한 '인물 바람' 역시 미풍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지난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은 18대 대통령 선거 8개월 전에 실시됐다. 이에 따라 19대 총선은 '경제민주화'를 둔 정책경쟁은 물론, 여야의 대권주자로 분류된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차전이라는 성격도 있었다.특히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명실상부한 당의 원톱으로 나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그해 말 진행된 대선에서도 문 전 대표를 꺾고 당선되기도 했다.그러나 대선을 약 1년8개월 앞두고 진행되는 이번 총선에서는 이같은 인물 바람이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야의 공천파동과 분당사태로 각 대권주자들이 리더십에 적잖은 상처를 입어서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경우 '옥새파동'으로 공천과정에서 막판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총선 국면에서는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선거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공천이 친박(親朴)계 위주로 진행되면서 주목도를 잃은 탓이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4~6일 실시해 7일 발표한 주간 정례 조사(유권자 1523명, 응답률 4.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에 따르면 김 대표의 대선지지율은 문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도 밀린 4위(14.1%)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문 전 대표 역시 별다른 인물바람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같은 조사에서 여전히 대선주자 지지도 1위(20%)를 차지해 오 전 시장, 안 대표, 김 대표 등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지르고는 있지만, 야권분열 과정에서 입은 패권논란 등의 내상(內傷)으로 선거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특히 문 전 대표는 친노 패권 논란, 호남홀대론 등에 휩싸여 야권의 지지기반인 호남 조차 방문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선거 막판인 8일에야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지만, 아직까지 돌아선 호남 민심을 되찾았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호남을 중심으로 한 '녹색바람'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안 대표는 김 대표와 문 전 대표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총선을 두 달 앞두고 급조한 국민의당이 호남 등지에서 선전하고 있는데다, 양당 심판론이 일정부분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안 대표 역시 지난 2012년 거세게 불었던 안풍(安風)을 재현 해 내지는 못하고 있다. 또 호남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대선 지지율은 14.2%로 최대경쟁자인 문 전 대표에 오차범위 밖에서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전문가들은 총·대선 간의 시간차(1년8개월)를 지적하면서도 각 대선주자의 '정치력' 부재를 인물 바람 부재의 원인으로 지목 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9대 총선과 비교할 때 김 대표는 대통령을 넘어서는 리더십을 가지지 못했고, 문 전 대표 역시 야권 통합과정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안 대표도 상승세를 타고는 있지만, 지난 총선 당시 박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에는 이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이어 이 평론가는 "대선주자들의 리더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총선 이후 새로운 대권주자들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며 "아직도 반기문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이 각종 조사에서 대선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정치경제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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