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국내엔 사업자 없어…수천억 투자를 해외에 의존"[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을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향후 2020년까지 연 3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데도 국내에는 기반이 없어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 전경련은 좌석·LED(발광다이오드) 조명 등 국내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투자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8일 전경련에 따르면 싱가포르항공, 독일 루프트한자 등 세계 주요 항공사들은 최근 A380과 같은 초대형 항공기를 연달아 출시하며 기내 인테리어를 강화하고 있다.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이란 항공기에 탑재되는 LCD모니터·좌석·창문 등 각종 기내 기자재를 포괄하는 산업이다.
▲해외 항공기 인테리어 사례(자료 : 전경련)
전경련은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이 성장 궤도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초대형 항공기 출시고 기내 공간이 증가한데다 승객들이 기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지난해 17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해당 산업이 매년 12.5% 성장해 2020년에는 연간 30조원 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기 시장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것도 기회요인이다. 향후 20년 간 항공기 수요는 3만2600대로 이중 40%가 아시아 수요다. 특히 중국은 10년 내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 항공시장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이 독점하던 항공기 제작·관련 인테리어 산업의 주도권이 아시아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 진출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은 커녕 국내 수요도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대항항공은 2005년부터 6년 간 49대 항공기에 대해 3900억원 규모의 좌석 업그레이드를 실시했지만 국내에는 관련 업체가 없어 전적으로 해외기업에 의존해야만 했다. 전경련은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 중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좌석, LED 조명 진출을 독려했다.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란 좌석에 설치된 스크린과 음향 시설을 통해 영화·음악·게임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2020년 7조원 규모의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분야다. 이 시장은 현재 일본의 파나소닉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전경련은 "스크린, 컨트롤러 등 다양한 전자기기를 제조하고 이를 연결하는 역량이 필수"라며 "우리나라도 전자산업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경쟁력 확보에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석은 승객의 안전과 편의는 물론 항공사의 매출과도 직결된 분야로, 기내 인테리어 산업 중 가장 큰 비중(약 53%)을 차지한다. 특히 저가항공사의 증가로 가볍고 슬림한 좌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BMW나 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항공기 좌석 산업에 진출할 만큼 타 산업과 시너지가 높은 분야다. 조명의 경우 연료 및 정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형광램프에서 LED조명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전경련은 정부가 기업의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 육성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기 탑재 기자재는 미국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의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중견·중소기업들에게는 큰 진입장벽이다. 또 기자재를 테스트할 공인기관도 없고 출연연과의 협력도 미흡하다. 전경련은 정부가 국제인증 절차를 지원하고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충돌시험처럼 항공기 좌석 내구성 등을 테스트하는 시설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또 전구제조사 오스람과 출연연구소인 프라운호퍼가 공동으로 항공기 LED조명 전문 연구시설을 설립한 독일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산업본부장은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공동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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