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와인을 만날 때…깊은 맛이 나온다

류성호 포항공대 교수 '프렌치 패러독스' 규명해

▲류성호 포항공대 교수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과학자가 와인을 만났다. 마시는 즐거움을 넘어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와인의 깊은 맛을 잠시 미루고 연구의 맛으로 이어갔다. 류성호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가 '포도주'의 깊은 연구 맛에 빠져 하나의 성과를 이뤄냈다. 포도주를 많이 마시기로 유명한 프랑스. 길거리 카페 곳곳에서 와인 잔을 앞에 두고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들을 만나는 것은 프랑스의 일상적 모습이다. 와인을 많이 마시는 프랑스인데 정작 프랑스인들의 심혈관 질환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술을 많이 마시는데 심혈관 질환은 낮은, 이런 현상을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라고 부른다. 류 교수에게 '프렌치 패러독스'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계기였다. 과학자에게 하나의 호기심과 궁금증이 일어나면 그것은 곧바로 연구실로 향하게 만드는 동기가 된다. 류 교수팀이 '프렌치 패러독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포도주 들어있는 '레스베라트롤'이 세포 내에 있는 신경전달 단백질인 '엠톨'과 만나면 심혈관 질환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은 포도 껍질이나 여러 식물의 뿌리에 존재하는 물질이다. 암을 억제하고 당뇨병 증상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퇴행성 신경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 천연물질이다. 인간에게 매우 좋은 역할을 하는 물질인 셈이다. 엠톨(mTOR)은 세포 내에서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세포의 크기, 분열, 생존 등 조절에 중심적 기능을 수행한다. 엠톨 단백질의 비정상적 조절이 암,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레스베라트롤에 의한 자가소화작용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세포 내 인산화 효소인 엠톨의 활성이 억제돼야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풍문으로 떠돌던 '카더라 지식'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정확하게 설명해 낸 성과이다. 류 교수는 "포도주에 들어있는 물질이 효과가 있다는 풍문만 있었는데 이번 연구결과로 정확한 기능과 어떤 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레스베라트롤의 기대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예측이 어려웠는데 이번 연구로 그 과정이 드러나면서 레스베라트롤의 활용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류 교수는 "포도 안의 레스베라트롤과 체내 엠톨의 상호 관계를 밝힘으로써 여러 암과 대사질환, 퇴행성 신경질환 등의 치료를 위한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며 "질병 치료제로써 레스베라트롤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부작용까지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도주에 들어있는 이 같은 역할을 규명했는데 정작 류 교수는 와인을 즐겨 마시지는 않는다고 했다. 와인을 자주 마시느냐는 질문에 류 교수는 "술을 거의 못해 와인을 가까이 두고 마실 정도는 아니다"며 "포도주뿐 아니라 포도에도 똑같은 성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포도는 즐겨 먹는다"고 웃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