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설탕부담금 도입 공론화 의지를 밝히면서 관련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증세 프레임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대신 부담금 부과 방식을 택했지만, 물가 상승과 특정 산업군을 타깃으로 한 과세라는 이유로 조세 저항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설탕부담금 도입 여부에 대해 깊이 있고 냉철한 논쟁을 기대한다"고 썼다. 지난 28일 첫 언급 이후 재차 설탕세 도입 의지를 밝힌 것이다. 야당에서 사실상 증세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세금이 아닌,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며 토론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설탕 섭취로 인한 국민건강권 문제 및 지역·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재투자 재원으로의 활용 방안 등에 대해 각계 의견을 수렴해 검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목 신설 대신 부담금으로...조세 저항 줄이겠다지만
이 대통령이 세금이 아니라 부담금이라고 재차 강조한 것은 증세 논란을 피하면서 추가 재원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은 공익 목적에 한정된다. 폐암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담배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물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담배 한 갑에 붙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841원)은 금연 보건 사업에만 쓸 수 있도록 했다. 설탕 부담금 도입 논리도 비슷하다. 설탕 과다 섭취로 비만 인구가 늘고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이 늘어나면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자,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설탕 가격에 반영해 당류 소비를 줄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담배와 달리 설탕은 음료뿐 아니라 빵, 과자 등 가공식품과 외식 등 일반 식품 전반에 광범위하게 들어가는 핵심 원재료여서 전체 식품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부담금은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나 수입 유통사에 부과되지만, 건강증진부담금만큼 가격이 오르면 결국 소비자 식품물가가 뛴다. 수년간 누적된 고물가 상황에서 체감 물가 자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설탕은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낮아 소비가 크게 줄지 않으면 기업은 세 부담 전액을 판매가에 반영해 결국 소비자에게 가격이 전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2012년 10월부터 버터와 고기 등 지방이 포함된 모든 식품에 포화지방 kg당 16크로네를 부과하는 비만세를 도입했다가 기업의 생산 비용이 늘어나고 소비자 물가가 뛰면서 이웃국가로 원정 쇼핑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1년 만에 폐지를 선언했다. 한국에서도 2021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으로 의원 발의됐지만 서민층 물가 부담을 이유로 무산됐다. 당시 국회 검토보고서는 "기초 생필품 성격이 강한 설탕에 부담금을 물리면 소비자에게 가격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2년 펴낸 '건강한 식단을 촉진하기 위한 가당 음료 과세정책 매뉴얼'에서도 "세금 인상으로 가격이 상승하면 젊은층이나 저소득층과 같은 취약 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교정과세 전반 실효성부터 따져봐야
정치권에서는 입법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오는 12일 '설탕 과다사용부담금 국회 토론회'를 열고 설탕부담금 도입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는 가당음료에 1ℓ당 225~300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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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입법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새로운 부담금 신설에 대한 효과성·목적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조세 저항을 낮추기 위해 형식상 부담금이라는 방식을 취했지만, 부담금도 간접세로 조세와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가진다"며 "세 확충 측면에서도 설탕세보다 더 교정적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유류세와 주세 등 교정과세 전반의 실효성을 따져보고 방만한 조세지출 정비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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