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 최초 '바다 위 LNG 공장'…대우조선 명명식 가보니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가 발주한 FLNG, 4년 만 건조세계 최초 상용화…"독보적인 기술력 구축"[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나는 이 배를 'PFLNG 사투(SATU)'로 명명하나니, 이배와 승무원 모두에게 신(알라, Allah)의 축복과 가호가 함께하소서." 4일 오전 11시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E3 안벽. 세계 최초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인 FLNG(Floating LNG)의 명명식이 열렸다. 명명식은 새로 건조된 배에 이름을 부여하는 행사다.

▲지난 4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오른쪽 두번째), 페트로나스사 회장 부인인 아주라 아흐마드 타주딘(오른쪽 세번째) 여사, 페트로나스사 완 즐키플리 완 아라핀(오른쪽 네번째) 회장 등이 참석해 'PFLNG SATU' 명명식을 축하하고 있다.<br />

대모(代母) 역할은 발주사인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 회장의 부인 아주라 아흐마드 타주딘 여사가 맡았다. 이름을 부여한 후 그가 뱃머리로 연결된 밧줄 끝자락을 도끼로 내리치자 대형 꽃바구니가 터지면서 오색 꽃가루가 나부꼈다. 세계 최초 FLNG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선박의 이름인 'PFLNG 사투(SATU)' 역시 세계 최초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투는 말레이시아어로 숫자 '1'을 의미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페트로나스의 첫번째 FLNG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6월 수주한 이후 4년 만에 건조를 마쳤다. 대우조선해양의 FLNG는 수주 당시부터 조선·해양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심해에 묻힌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정제한 뒤 액체 상태로 만들어 저장, 육지로 옮기는 모든 과정을 바다 위에서 처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설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바다에서 천연가스를 시추하기 위해서는 고정식 채굴 설비를 설치하고, 장거리 파이프라인을 깔아 뽑아 올린 가스를 육지로 보낸 뒤 육상에서 액화 및 저장 단계를 거쳐야 했다. 하나의 가스전에서 생산이 모두 완료되면 다른 가스전으로 이동해 LNG를 생산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도 FLNG의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 4일 대우조선해양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세계 최초로 건조한 PFLNG SATU의 모습.<br />

규모 또한 웅장하다. 길이만 365m, 폭 60m 규모로 에펠탑을 뉘어놓은 것보다 길다. 면적은 축구장 3.6배에 달한다. 상부(탑사이드)에 설치된 바닷속 천연가스를 뽑아 정제하는 시설의 무게만 4만6000톤에 달한다. 선체에는 최대 18만㎥의 LNG(액화천연가스)와 2만㎥의 컨덴세이트(가스전에서 나오는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시도된 FLNG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LNG 기술력을 총동원했다. 설치되는 장비가 많고 그 과정도 복잡한 만큼 생산 현장을 나눠 각 부분별 책임자를 임명한 후 배관·전장·보온 등 공정을 통합관리해 생산성을 높였다. 부서간 협업을 적극 활용해 리스크를 사전 발견하는데도 만전을 기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자체 기술로 만든 선체를 진수하는데까지 걸린 기간은 25개월. LNG를 정제하는 상부 구조물은 프랑스 엔지니어링 업체 테크닙과의 협업으로 1년여뒤 설치를 완료했다. 상부에는 정제시설 외에도 1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선실, 수영장 등이 있다. 페트로나스는 2014년 열린 진수(선박을 건조한 후 처음 바다에 띄우는 것)식에서 "처음 시도하는 프로젝트임에도 뛰어난 품질을 이끌어낸 대우조선해양의 건조 능력이 놀랍다"고 말하기도 했다. 페트로나스 FLNG는 한달 가량 시운전 등 마무리 작업을 마친 뒤 오는 4월19일 최종 인도된다. 인도 후에는 말레이시아 사라와크루 북서부 해역에 위치한 카노윗 유전에 투입돼 연간 최대 120만톤에 달하는 LNG를 생산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선보인 FLNG와 같이 고유의 기술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12월 체결된 파리협정 등 전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됐다는 점은 향후 FLNG 수요가 늘어나는데 긍정적인 신호다. 명명식에 참석한 정성립 사장은 "FLNG는 기존의 게임을 바꾸는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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