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획재정부 등과 26일 오전 협약 체결...현재 쪽방촌 상태로 방치돼...3·1운동,제암리 사건 등 전세계 알린 앨버트 테일러가 1923년 건축한 근대 문화 예산...3·1운동 100주년 맞는 2019년까지 복원해 시민들에 개방한다
딜쿠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1919년 3·1 독립운동을 전세계에 처음으로 알리는 등 우리나라를 도와 반일 활동을 했던 미국 특파원의 자택 '딜쿠샤'(Dil Kushaㆍ희망의 궁전)가 국가 문화유산으로 복원돼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 온다.서울시는 기획재정부, 문화재청과 26일 오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이같은 내용의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딜쿠샤는 3.1 운동과 제암리 학살 사건을 전세계에 처음으로 타전하등 조선에 대한 일본의 무단통치 실상을 고발한 미국 AP통신사 임시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 가족이 1923년 종로구 행촌동 사직터널 북쪽 산기슭에 건축한 붉은 벽돌 가옥이다.
앨버트 테일러
앨버트 테일러 가족은 이곳에서 1942년 일제에 의해 추방될 때까지 약 20년간 거주하면서 식민지 통치에서 고통받던 조선 민중의 실상을 전세계에 알렸다. 그는 반일 활동을 하다가 서대문형무소에서 6개월간 옥고를 치루기도 했다. 미국 추방 후 1948년 6월 미국에서 사망했으며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현재 양화진 외국인 묘역에 안치되어 있다. 이 가옥은 영국과 미국의 주택양식이 절충된 형태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대지 462㎡, 총면적 623.76㎡의 터에 자리잡고 있다. 2층 붉은색 벽돌 건물로 개항 이후 지어진 서양식 주택 중에서도 평면 구성과 외관이 독특하다. 화강석 기저부 위로 붉은 벽돌을 세워 쌓은 건물 양식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희귀하다. 전문가들은 일제 강점기 근대건축의 발달 양상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보고 있다. 해방 후 국가 소유로 넘어 왔지만, 정부가 관리를 포기하는 바람에 그동안 쪽방촌 형태로 15가구 26명이 무단점유해 살고 있다. 그러는 동안 건물 내외부가 심하게 손상돼 지난해 정밀 안전 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는 등 소실 위기에 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시는 기재부, 문화재청과 협약을 통해 현재의 무단 점유 상태를 하루 빨리 해소하고 딜쿠샤를 국가 등록 문화제로 지정해 영구 보존하기로 했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는 2019년까지 원형 복원을 마친 후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한다. 딜쿠샤 주변 행촌권역의 성곽마을 조성을 통한 지역의 문화적ㆍ경제적 재생도 추진하기로 했다.
딜쿠샤 옛 모습
한편 딜쿠샤의 건립자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인 제니퍼 테일러가 오는 3·1절을 전후해 방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녀는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를 무대로 미디어(콜라주) 아티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인 예술가다. 딜쿠샤와 증조부ㆍ조부가 안장된 양화진 외국인 묘역을 방문하는 한편 서울역사박물관을 찾아 의복, 문서, 편지류 등 앨버트 테일러 부부의 유품과 부부가 서울에서 생활하던 당시 수집했던 소장품 일체(총 349점)를 기증할 예정이다. 지난해 사망한 앨버트 테일러의 아들 부르스 테일러도 2005년 부친이 소유한 일제강점기 시절 주요 사진 자료(고종 인산일 사진 등)을 기증했었다. 시는 테일러 일가의 기증품을 비롯해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딜쿠샤 복원 후 내부 전시할 계획이다. 또 딜쿠샤, 덕수궁 중명전(국가 사적 124호), 구 러시아공사관(국가 사적 253호) 등 우리나라 근현대의 수많은 역사가 담긴 유산들을 연계한 '도보관광 벨트'도 조성할 계획이다.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딜쿠샤 복원을 위한 관계기관과의 업무협약은 대한민국의 탄생에 기여한 앨버트 테일러의 유적이 그 위상에 걸맞게 제자리를 찾아가게 되는 첫 걸음"이라며 "딜쿠샤를 통해 국내외 많은 관람객들이 3ㆍ1 독립운동의 세계사적 의의는 물론 3ㆍ1 독립운동의 확산에 기여한 많은 독립운동가들과 앨버트 테일러의 활동을 충분히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복원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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