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A씨의 범죄 행위는 사기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극의 씨앗은 같은 병실의 옆자리 인연이었다. 지난해 3월 A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의 같은 병실에서 입원치료 중이던 50대 여성 B씨를 알게 됐다. B씨는 화장품 외판원이었다. A씨는 B씨가 화장품 외판원을 하니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닐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내가 살던 마을 부근에 화장품을 살 만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으니 소개해 주겠다”면서 B씨를 불러냈다. A씨는 B씨 승용차를 타고 그 장소로 갔지만, 화장품을 살 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A씨는 돌변했다. B씨 목을 졸라 살해한 뒤 돈을 빼앗았다. B씨는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닐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의 지갑에는 현금 6만 원이 있을 뿐이었다. A씨는 B씨의 현금과 신용카드 등을 빼앗아 달아났고, B씨는 하천변에 버려뒀다. B씨는 지난해 병원에 입원할 때만 해도 자신이 그렇게 세상을 떠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같은 병실의 보호자로만 알았던 사람이 자신의 생명을 노리고 있을지 어찌 알았겠는가. A씨는 살인 범죄를 저지를 당시 사기 혐의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이후였다고 한다. 경찰 감시망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범행을 저지른 셈이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30년,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의 선고를 받았다. 법원은 “다수의 피해자에게 사기,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지르던 중 급기야 강도살인죄까지 범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은 강도 살인 범행 후 보석 판매점 등을 돌아다니며 피해자 신용카드로 귀금속을 구입하는 등 그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면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같은 병실에서 함께 입원했던 인연은 되돌릴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의 불씨가 되고 말았다. 어설프고 엉뚱한 주장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을 속여 돈을 타낸 A씨는 결국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고 말았다. 거액의 현금을 기대했던 A씨는 화장품 외판원을 외딴곳으로 유인해 살해했지만, 그가 손에 쥔 금액은 단돈 6만 원에 불과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