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책읽기-'제국의 위안부' 샅샅이 읽기(2)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조선인 위안부가 동원되기 이전에, 일본에는 이미 '토종 위안부'가 있었다.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는 1976년 모라사키 가즈라는 작가가 펴낸 '가라유키상'이란 책을 주목한다. 모라사키는 실제로 이런 '직업'에 종사한 여성과 그녀의 딸을 취재해 기록을 남겼다. 가라유키상은 '중국에 가는 사람'이 원뜻이지만, 외국에 돈 벌러 가는 공창(公娼)여성을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근대 초기에 발생하기 시작한 이 '기구한 직업'은 한국과 중국, 시베리아와 동남아시아, 인도까지 퍼져나갔다. 일본 정부는 각국의 공창 수출을 묵인함으로써 제국주의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단신으로 외국으로 건너가 경제적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일본인들이 일상의 불편함 때문에 본국으로 유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가라유키상의 대대적인 출국을 방조했다는 것이다. 가라유키상과 관련한 숫자들도 등장한다. 1909년의 한 신문에는 싱가포르의 가라유키상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그곳에 거주하는 일본인은 약 1800명이며 그중에 추업(醜業, 더러운 일)에 종사한 여성은 900명이었다. 그중 300명은 업자들의 속임수에 넘어가 본의 아니게 이곳에서 가라유키상이 된 경우라고 한다. 또 1910년에는 일본에서 조선으로 가는 배에 젊은 여성들이 대거 탑승했는데, 그들은 포주가 시키는는 대로 하도록 맡기겠다는 부모의 수락증서를 품 속에 지니고 있었다. 또 당시의 경성에 머물고 있는 일본인들 중에 '하녀'라는 직업을 가진 일본여성이 961명이었고 기생은 347명이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가라유키상을 낭자군(娘子軍)이라고도 불렀다. 그들을 국가확장 프로젝트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군인으로 비유한 말이었다. 우리가 최근 스포츠에서 '여성 선수단'들을 낭자군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말이 쓰였던 유래를 감안한다면, 아주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야마자키 도모코(山畸朋子)이 쓴 '산다칸 8번 창녀집'이란 책에는 보르네오 항구의 산다칸까지 간 여인이 등장한다.이같은 가라유키상에 익숙해져 있던 일본은, 식민지 국가경영에 가라유키상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그 대상을 조선으로 확장해 조선인 위안부를 동원하는 정책으로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모리사키는 가라유키상의 확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가라유키상은 국가의 공창제도에 그대로 흡수된다. 조차지 뿐 아니라 일본의 지배가 닿는 지역이라면 어디든 있었다. 구 만주지역은 물론이고 청국의 북쪽이나 남쪽 주요 도시에서는 가라유키상이 흔했고 이들을 공창과 사창으로 나누어 일본 경찰이 관리했다....북쪽 대륙으로 건너간 가라유키상은 그곳에 일본의 주권이 미치기 시작하자 공창제로 관리되었다. 헌병대는 그녀들의 매독을 검사했다."일본이 자국의 여성들을 외국의 '공창 산업'으로 내몬 점은, 조선인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상당히 흔들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즉 문제의 핵심을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 식민지배'의 구도에서 벗어나, 일본인 여성을 포함한 종군 위안부 모두와 일본 국가권력의 대치 구도로 바꾸는 것이 된다. 빈곤 하층계급의 문제로 논점을 이동하면서, 국가 간에 존재했던 '식민지배 폭력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박유하는 이 점을 부각시키면서, 각국에 흩어져 있는 공창이나 사창이 반드시 군이나 국가의 강제나 폭력에 의해서만 생겨난 것이 아니며 중간 업자들의 탐욕이 개입되었거나 이득을 노린 동네사람들이 국가의 여성동원에 적극 협조한 정황을 거듭 강조한다.
조선 위안부 문제를 '일본의 가라유키상'의 연장선에서 봐야할 것인가. 실제로 가라유키상은 '위안부'로 불리기도 했다. 조선인위안부를 가라유키상의 부분집합으로 보거나 유사한 개념으로 읽어내는 순간, 그들이 다른 국가에 대해 저지른 폭력에 대한 책임이 묽어질 수 밖에 없다. 박유하교수가 거론한 이 문제는, 일본 식민지배의 부당성을 지나치게 일본의 관점에서 이해해준 나머지, 현실적인 피해와 고통을 묵과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제국의 위안부> 샅샅이 읽기1편 //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116173323657682편 //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116191336193233편 //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116210949882844편 //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11706451008322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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