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29일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 두 아이의 엄마인 왕모(28)씨는 스마트폰을 보며 강가를 걷다가 그대로 빠져 죽었다. 중국에서는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만 보며 사는 57번째 민족이라는 의미에서 ‘디터우(低頭)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편리한 기능을 고루 갖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삶은 편리해졌지만, 달콤·살벌한 부작용 때문에 세계 각국은 고심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한국도 현실의 고민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문제는 본인이 중독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목욕탕 다녀왔는데 탕안에서 손만 내밀고 스마트폰 게임 하는 분 봤네요.” “데이트할 때도 ‘카카오톡’하며 혼자 미친 듯이 웃어요.” 한 남성 커뮤니티에 올라온 ‘스마트폰 중독’ 관련 글이다.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한참 수술이 진행되고 있는데 수술대 위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환자 사진이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때와 장소를 가르지 않는 스마트폰 사용은 ‘종교생활’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2일 한국정보화진흥원 주최 ‘스마트폰 바른 사용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3대 종단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양병회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목사)은 “예배를 드릴 때면 눈을 깔고 스마트폰을 열심히 하는 신도가 태반”이라고 현실을 개탄했다. 불교와 천주교 쪽 인사들도 이 주장에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그만큼 스마트폰 중독 증상은 사회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혼자 사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은 ‘삶의 일부’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대화와 소통의 창구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존재 이유를 그곳에서 찾고 있다. 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카카오톡 등으로 대화하고 각종 정보를 찾고 ‘웹툰’을 보는 것을 삶의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좋아요’ 등 호응이 뒤따르는지 집착한다. 정상적인 사람과의 관계를 기피하고 가상 공간의 관계에만 의존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몰입된 삶이 우려를 더 하는 이유는 눈에 보이는 사건·사고보다 ‘정신의 황폐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일은 줄어들고 독서와도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식으로 남지 않는 ‘인스턴트 정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정보의 상당수는 자극적인 내용이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뇌 과학’의 측면에서 스마트폰 문제에 접근했다. 중독을 방치하면 뇌는 피로를 느끼고 웬만한 자극에는 재미를 느끼지 못해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는 얘기다. 이를 방치할 경우 전두엽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게 그의 논리다. 이 박사는 “디지털 생활과 아날로그 생활의 균형 회복이 중요하며,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활성화하는 사회문화운동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문제의 해법 모색도 마찬가지다. ‘스마트쉼센터’ 고정현 수석연구원은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부모가 강제로 못하게 하는 등 과도한 반응을 보이면 부모·자식 간 관계만 나빠진다”면서 “감정적인 개입을 경계하고 식사할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바꾸는 등 부모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