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협상 후폭풍, 여의도가 시끄럽다

한일 합의 이후 野, 재협상 촉구…與 '환영'에서 '아쉬움'으로 입장 바꿔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김보경 기자] 한일 양국 간 위안부 협상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새해 정치권 역시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야당은 위안부 협상 무효화를 준비하며 장외집회 등 대대적인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국민 여론추이를 지켜보며 내년 총선 등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 본회의 긴급질의 등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30일 내외신기자회견을 통해 ▲본회의 긴급현안질문 및 규탄 결의안 채택 ▲상임위 차원의 진상규명 ▲윤병세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범국민 반대운동 전개 ▲국제연대를 통한 반대운동 등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여야 원내수석대표 간 회동에서 새누리당이 긴급 현안질의 요구를 거절했을 뿐 아니라 외교통일위원회 여야 간사 간 협의에서도 상임위 개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이춘석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계속해서 새누리당과 본회의에 대한 긴급사안 질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임시국회 내 처리를 희망하는 법안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당의 긴급현안질문 요구 등을 무작정 거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협정 무효화 움직임도 커졌다. 문재인 당대표가 무효라고 선언한 데 이어 이목희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국제법상 조약이 되기 위해서는 합의문서 이 외에 양국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양국 외무 장관 합의에 따른 입장 표명은 조약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이번 합의에 대해 무효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야당은 일단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여론 추이 등에 따라 장외투쟁 등으로 대응을 확대할 가능성도 높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내 모든 절차들을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이마저 효과가 없으면 그때는 25년간 수요집회를 진행해 오셨던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 추이에 따라 시민단체 집회 등에 합류하는 방식의 장외투쟁에 나설 공산이 커졌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은 위안부 협상이 정치쟁점화되는 것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며 "피해자 할머니들께도, 양국관계에도 도움이 안 되는 비판과 선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또한 총선을 앞두고 위안부 협상을 둘러싼 여론에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27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위안부 협상을 마친 당일에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가, 협상 결과를 둘러싸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입장을 다소 선회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반발, 소녀상 이전 문제 등 후폭풍이 일자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 것이다.일부 여당 의원들은 국정교과서 논란에 이어 이번엔 '위안부 정국'으로 민심이 등 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특히 표심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의 걱정이 커졌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새누리당 수도권 의원들도 위안부 협상의 후속조치 등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과 사전협의는 못했더라도 사후에 정중하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며 "피해자 할머니들이 계시는 '나눔의 집'에 협상 당사자인 장관이 방문했다면 모양새가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윤병세 장관은 31일 새누리당 의총에 직접 참석해 위안부 협상 과정과 결과를 보고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윤 장관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분들과 국내 일각에서 합의 내용에 대해 아쉬움 표명하는 목소리 잘 알고 있다. 일각의 지적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경청하고 있다"며 "피해자 할머니들이 희망한 많은 부분이 직·간접적으로 반영되어 있고 앞으로 합의 이행 과정에서 보완될 것"이라고 전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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