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사장단 DNA]오너가 3·4세, 승진은 빨랐다…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28일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을 끝으로 2015년 재계 임원인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올해 인사는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의 확대에 대비해 생존과 내실을 다진다는 기조가 반영돼 승진잔치나 파격인사 등은 보기 어려웠다. 창업주 3,4세에 대한 인사도 세대교체나 경영전면의 등장과 같은 눈에 띄는 인사보다는 그룹의 경영승계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기업 관계자는 "임원대열에 합류하거나 직급이 올라간 3,4세들의 나이나 근속연한이 일반 직장인보다는 이른 게 사실이지만 각 그룹이 직면하고 있는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하는 후대 경영자로서 이들이 어깨에 짊어진 무게는 훨씬 더 크다"고 평가했다.
-이서현, 패션의 초일류화 고민…정유경, 백화점 한계 극복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원톱'으로 이끌게 된 이서현 사장은 패션부문을 삼성의 반도체,모바일과 같은 글로벌 리딩사업부로 육성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사장은 최근 사내방송을 통해 "변화에 맞서려면 현재의 좌표를 점검하고 지금보다 10배는 빨라져야 한다"면서 "꿈을 이루려면 '스피드'(speed), '아웃룩'(outlook),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ㆍ협업)이 필요하다. 이런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영업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각 브랜드와 사업팀 간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의 브랜드별 직제도 직무별로 개편했다.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정유경 사장은 성장정체에 직면한 백화점 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분주하다. 정 사장은 신세계 임원인사에서 6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해 백화점부문을 총괄하면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새해부터 경영능력을 검증받는다. 신세계는 대규모 출점과 서울 시내면세점 진출 등으로 매출 확대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만 관건은 수익성 확보다. 정 사장은 백화점 채널 등을 통해 강력하게 화장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관 한화 신성장동력 확보 …정기선 위기의 현대중 돌파구 마련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실장은 이번에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면서 그룹 신성장동력인 태양광사업에 더욱 힘을 쏟게 됐다. 김 실장은 지난 2월 태양광 계열사를 한화큐셀로 통합해 셀 생산규모 기준 세계 1위의 태양광 회사를 탄생시키는데 기여했고 이후 성공적 구조조정과 생산효율성 개선을 해낸 성과를 인정받았다.또한 태양광 업계 단일 최대계약인 미국 넥스트에라(NextEra)와의 공급계약 체결을 포함해 세계 전역에서 대규모 사업수주를 이뤄내는 등 올해 한화큐셀이 3분기 매출 4억2720만달러, 순이익 5240만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데 핵심적인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됐다. 김 회장의 차남 동원씨도 지난해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으며 삼남 동선씨는 28일 개관한 한화갤러리아 면세점TF에 참여하고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는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 구하기가 지상과제다.정 전무는 정주영 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으로 기획총괄부문장을 맡고 있다.현대중공업이 세계 조선업계의 불황 속에 해양플랜트 부문의 손실로 3조원대 적자는 낸 지난해 10월 상무로 승진한뒤 1년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정 전무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 체결을 주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 바 있다. 정 전무는 사우디 아람코 및 인도와의 협력사업을 책임지고 수행할 뿐 아니라 조선과 해양 영업을 통합하는 영업본부의 총괄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새해부터는 영업 최일선에서 발로 뛰면서 해외 선주들을 직접 만나는 등 수주활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박서원, 그룹 이미지재건·면세점육성 과제…이규호, 코오롱 4세 경영 포문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부사장은 20대 신입사원 희망퇴직 논란으로 실추된 그룹 이미지 재건작업과 면세점 사업 성공이라는 두 과제를 안고 있다. 박 부사장은 독립광고대행사를 운영하다 지난해 두산그룹 광고계열사인 오리콤의 광고제작을 총괄하는 부사장에 선임됐다. 박용만 회장이 직접 만든 두산의 광고카피'사람이 미래다'는 2010년부터 전파를 타며 그룹 이미지제고에 큰 효과를 봤지만 최근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입사원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등 중공업부문의 사업이 저조해 면세점사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로 하고 박 부사장을 면세점전략담당 전무로 겸직 발령했다.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는 코오롱그룹의 4세 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입사한 직후 구미공장 현장근무와 코오롱글로벌을 거쳐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에서 일하고 있다.코오롱그룹은 고(故) 이원만 선대회장이 1953년 우리나라에 나일론을 최초로 소개한 뒤 1957년 4월 대구에 나일론을 생산하는 한국나이롱㈜을 설립했고 이를 토대로 오늘날 코오롱그룹의 터전을 다졌다. 고 이동찬 명예회장도 1957년 부친 이원만 선대회장과 함께 한국나이롱㈜을 창립한 뒤 40여년간 그룹을 키우다 지난 1996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그룹 경영을 아들 이웅열 현 회장에 맡겼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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