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대타협을 선언한 지 지난 24일로 100일을 넘어섰다. 그러나 여야의 극심한 대립에다 노동계의 반발로 매듭을 짓지 못한 채 허송세월로 보냈다. 노동개혁을 위한 5개 법안이 내년 1월8일까지인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이는 의사결정권자인 국회가 합의를 통해 사회적 쟁점을 풀어내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의 하나다. 국회의 무책임한 행보가 사실상 경제성장을 위한 개혁의 동력을 꺼뜨리고 있는 셈이어서 안타깝다. 국회가 의사결정을 미룬 예는 한둘이 아니다. 선거구 획정만 해도 그렇다. 내년 4ㆍ13 총선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은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오는 31일이 지나면 기존 선거구가 모두 사라지지만 칼자루를 쥔 여야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어제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지도부가 다시 만났지만 여야는 선거구 획정과 노동개혁법안 등 쟁점법안 합의 처리에 또 실패했다. 이 자리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똑같이 말했다. 여덟 번을 만나고도 "할 말이 없다"는 여야 대표에게 국민들이야말로 할 말을 잃는다. 정치권의 결정만 압박하는 청와대와 정부도 문제가 있다. 노사정위원회를 외면하거나, 툭하면 탈퇴하겠다는 노동계의 행태도 곱게 볼 수만은 없다. 나라 안팎으로 위기 징후들이 가시화하는데도 총체적 대응시스템은 위기와는 딴판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10%가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일 정도로 구조조정 과제가 급박하다. 밖으로는 대외무역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신흥국 위기설이 파다하다. 특히 엔저를 활용한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일본과 높아진 기술력을 앞세운 중국이 우리경제를 협공하는 신넛크래커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10년 후면 잠재성장률이 0%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섬뜩한 전망도 나온다. 이런 난제들을 해결하려면 정치권과 노사정이 뭉쳐도 부족하다. 특히 정치권이 나홀로 주장만을 거듭하며 벼랑끝 협상만 벌여서는 안된다. 국회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대해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해 개혁을 하지 못하면 잠재성장률 하락에다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장의 경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사회적 견해를 수렴해 국론을 통합하는 것이 정치의 기능이다. 작동을 멈춘 정치메커니즘을 하루빨리 살리는 것이 백척간두 처지인 한국 경제에 절실한 처방전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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