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제들'속에 세월호 아이가 보인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불의한 일이 벌어졌을 때, 아니면 억울한 일들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용기라는 감정을 낸다. 용기의 대가로 치러야 할 대가가 작거나, 보상이 따를 때 용기를 내기는 한결 쉽다. 하지만 한 순간의 용기의 대가가 크고 보상은 아무것도 없다면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는 사람들은 있다. 검은사제들 속 신부와 같이 '아무도 몰라주고, 아무런 보상도 없을 때'에도 용기를 내 불의와 싸우는 사람들이 현실 세상에서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 검은사제들 강동원 김윤석 / 사진=검은사제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들은 어떻게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검은사제들은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보여줬다.(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검은사제들은 일종의 구마의식에 관한 영화다. 악령이 한 아이에 몸속에 들어가 있고, 이를 내쫓기 위해 두 신부가 벌이는 사투가 이야기의 전부다. 이들이 싸우는 악은 평범한 악이 아니었다. 악은 향후 이 땅에 발생할 수많은 대형재난 등을 불러오는 장본인이었다. 악은 앞으로 닥칠 수많은 재난 등에 대해 말했다. 그중에는 "니들 절반이 죽을 것이다"라는 말도 있었다.또한 이 악은 엄청난 권능을 지닌 탓에 악과 맞서 싸우는 성직자들의 몸까지 상하게 하고, 그들의 주변 사람을 괴롭혀 결국 악과 싸우는 행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이른마 악과 싸우겠다고 나선 사람들까지도 질려 나가떨어지게 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것이다. '별거 있겠어'라고 시작한 악과의 싸움은 개인의 '생명'을 넘어 그 개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삶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구마행위 뿐만 아니라 실제의 현실도 악과 싸우는 것은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불의와 싸우게 된다면 싸움을 각오한 사람 역시 치러야 할 대가가 있기 때문이다. 진실한 사람이 되지 못할 수도 있고, 함께 사는 요령을 모르는 독불장군의 비판을 듣게 될 수도 있으며, 사람들의 배신을 겪게될 수도 있다. 영화에서 최 부제(강동원 분)는 만만한 일로 여기고 구마의식에 참여했다, 악의 막강한 힘을 현실 속에서 경험한다. 그리고 그는 도망을 선택했다. 악은 말했다. "도망가. 네가 잘하는 거잖아"라고. 정신없이 도망간 최부제는 한참 달린 뒤 골목 안에서 어린 시절 자신과 자신의 동생이 손을 잡은 채 자기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둘은 울고 있었다. 커다란 개에게 동생을 잃었을 때, 도망을 갔던 그 당시처럼 아이의 한쪽 발에는 신발이 벗겨져 있었다.그제서야 최 부제는 자신이 이번에는 아예 양발 어느 쪽도 신발도 신지 않고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 최 부제가 본 것은 무엇일까. 부끄러움이 아니었을까? 최 부제는 동생을 버리고 혼자 살기 위해 도망쳤다는 부끄러움을 안고 평생을 살아왔다. 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다시 그를 악과의 싸움으로 이끈 것이다. 결국 참다운 용기는 부끄러움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공자나, 맹자 등이 부끄러움(恥)를 중시한 것은 사람다움의 시작이 여기에서 시작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현실의 두려움은 올바른 일을 한다는 생각마저 사라지게 만든다. 하지만 최 부제가 골목안에서, 또 신발은 신지 못하고 도망치다 발견한 것은 차마 외면할 수 없는 '부끄러움' 이었다. 과거에 동생이 위험에 처해있을 때 버려두고 도망갔다는 부끄러움, 그후로 수십년이 지났지만 이번에도 또 다시 도망을 친 것에 대한 반성과 부끄러운 마음이 용기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부끄러움을 알아야 반성도 있고, 잘못도 고칠 수 있으며, 악과 맞설 수 있다.검은사제들은 세월호와 맞닿아 보는 시각도 있다.한 현직신부가 SNS를 통해 지적한 것처럼 최 부제가 프란치스꼬 수도회를 찾았을 당시 사제들은 현수막 등을 쓰고 있었다. 현수막에는 '진실' 등의 단어가 쓰여 있었다. 신부의 지적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시위를 준비했을 개연성이 높다.2014년 여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여러가지로 다양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교황은 참사 유가족과 희생자들을 만나 위로를 건냈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단식하던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있어서 그해 여름 가장 큰 우군은 먼 이국 땅에서 찾아온 교황이었다. 영화는 공교롭게도 이 시기를 특정해서 구마행위가 이뤄지도록 했다.이외에도 검은사제들은 세월호와 이어 생각할 수 있는 생각의 단초들을 던져준다. 영신은 세월호 참사에서 목숨을 잃은 단원고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다. '한 아이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모른척 하실 겁니까'라는 김 신부(김윤석 분)의 말 역시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도 같다. 구마행위 자체 역시 참사의 진상규명과도 유사하다. 영화속 영신이 "제가 꽉 붙잡고 있을 게요"라며 악이 세상 속으로 숨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혼 힘을 다해 악을 붙들고 있는 것처럼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아이들 역시 우리사회의 문제점과 모순을 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다. 더욱이 구마행위는 특이하게도 악의 실체, 즉 악의 이름을 실토 받는 것이 핵심이다. 악의 이름을 듣는 순간 구마의 절반이상이 달성됐다고도 한다. 세월호 참사를 극복하는 것도 비슷하다. 사고의 실체적 원인과 구조적 원인, 구조 당시의 실패의 직간접적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구마를 통해 악의 이름을 듣는 것처럼 중요하다.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알아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악의 이름을 들을 수 없다면 구마는 실패한 것이다. 또한 참사의 원인을 분명하게 확인하지 못한다면 참사는 다른 형태와 모습으로 여전히 우리를 위협할 수 있게 된다.2004년 미국 9·11 테러관련 청문회에서는 리차드 클라드 전 백악관 테러담당보좌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부는 국민 여러분을 지키는 데 실패했습니다. 국민을 지켜야 하는 저희들 역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국민들이 제게 바래왔던 기대를 지키는데 실패했습니다"(Your government failed you. Those entrusted with protecting you failed you. And I failed you.)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부시행정부가 테러경보를 묵살한 사실들을 털어놨다. 이같은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미국은 보다 진일보한 사회가 되었다. 과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진상조사는 과연 악의 실체를 밝히는 자리가 되었을까? 우리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될까?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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