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포퓰리즘 우려 사실로-1조 기금은 영업도 안한 가게에 세금먼저 내라는 꼴-TPP RCEP 한중일 FTA 등 메가FTA는 기금잔치 우려 -각종 성금,기금에 후원까지…준조세 공화국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황진영 기자]정부와 정치권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과정에서 합의한 1조원 규모의 농어촌상생기금이 준조세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준조세는 조세 이외에 기업들이 비자발적으로 내는 각종 기금과 부담금, 성금 등을 말한다. 재계는 그동안 정부 국정과제나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각계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자의 반ㆍ타의 반식 준조세를 부담해왔다. 그런데 이번 한중 FTA 비준 과정에서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1조원짜리 기금'이 전격 합의되자 "이대론 안 된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일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이 황교안 국무총리와 간담회를 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는데 자유무역협정의 비준을 두고 정치권과 정부가 준조세성 기금을 자발적 기금으로 포장하는 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기금출연 대상이 된 산업계도 당혹감에 빠졌다. 산업계 관계자는 "한중 FTA는 글로벌 FTA 경쟁의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고 기업의 경쟁력을 조금이나마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면서 "업종별로도 당장에 득실을 따지기 어려운데 미래에 불확실한 이익을 전제로 기금을 내라는 것은 영업도 안 한 가게에 세금부터 내라는 말"이라고 비판했다.산업계는 한중 FTA보다 파급력이 큰 메가 FTA 비준 과정에서 기금성격의 준조세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한ㆍ중ㆍ일 FTA, 한ㆍ중ㆍ미 FTA 등을 추진하고 있다. 모두 2~3년 내 타결이 목표다. 산업계는 이번처럼 농어민에 보상을 하라는 요구가 빗발칠 경우 기업활동에 도움을 주는 협정들이 오히려 기업에 부담을 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준조세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진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해 만들어진 청년희망펀드의 경우도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기금을 마련해 젊은 층의 일자리 창출에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모금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가 직간접 대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필두로 주요 대기업들이 수백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사재출연과 기부형식으로 냈다. 정부 국정목표인 창조경제와 관련해서도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에 전경련과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주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동반성장기금에서 87개 기업이 7000억원이 넘는 재원을 투입했다.
지난달 문을 연 '재단법인 미르'라는 문화재단에도 기업들의 돈이 들어갔다. 이 재단은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한류를 넘어 음식과 의류, 라이프 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며 정부가 주도해 세운 조직이다. 정부가 세운 조직이지만 삼성, 현대차, LG, SK 등 16개 기업이 486억원을 출연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도 8730억원을 목표로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삼성이 1000억원을 내기로 했고, 현대자동차그룹과 SK, KT 등은 500억원 이상을 후원하기로 했다. 각종 성금과 후원금, 기부금 등의 규모가 재계 서열 순위에 따라 정해지는 것도 준조세 성격의 단면을 보여준다. 기업이 준조세를 내야 하는 곳은 비단 정부뿐만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 등도 준조세를 내야 한다. 정부가 지자체의 조례와 행정규칙 등 숨은 규제를 없애겠다고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허가를 빌미로 기업들에 지역발전기금을 요구하거나 주변도로 건설을 요구하는 '숨은 준조세'도 다반사다. 전남 여수시는 사립외국어고 설립을 추진하면서 여수국가산단에 입주한 대기업에 관련 비용을 내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노동자의인권지킴이(반올림)가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공익법인 설립자금 1000억원과 매년 삼성전자 순이익의 0.05%를 법인 운영비용으로 요구한 것도 일종의 준조세를 강요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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