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11월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
헌재의 결론은 깊은 의문을 남겼다. 경찰의 물포 직사살수를 둘러싼 위험성을 섣불리 간과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최근 벌어진 11월14일 ‘민중총궐기’ 대회 과정에서 농민 백남기(68)씨는 경찰의 물포에 맞아 쓰러졌고, 병원에 옮겨졌지만 중태에 빠졌다. 당시 경찰은 백씨의 얼굴을 향해 물포를 직사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2800rpm 세기로 물포에 맞은 뒤 쓰러졌고, 코와 입에서 피를 흘렸다. 경찰은 백씨를 구하려 주변 사람들이 뛰어오자 그들을 향해서도 물포를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있다. 경찰은 백씨가 크게 다친 것에 대해 유감을 전하면서도 살수차 운용이 과잉진압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물포를 쏜 경찰관은 백씨가 넘어진 것을 보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경찰 설명이 사실인지 여부는 따져볼 대목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수이건 아니건 백씨는 중태에 빠졌고, 앞으로도 경찰의 물포 사용 과정에서 유사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정미, 김이수, 서기석 헌법재판관이 지난해 6월 ‘물포사용행위 위헌확인’ 헌법소원 당시 내놓은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헌재는 다수 의견에 따라 ‘각하’ 처분을 내렸지만, 이들 3명의 헌법재판관들은 ‘위헌’ 의견을 내놓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물포의 살수방법 중 직사살수는 사람의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물포운용지침에서 직사살수의 경우 물살세기를 3000rpm(15bar) 이하로 살수하고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근거리 직사살수의 경우에는 발사자의 의도이든 조작실수에 의한 것이든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이정미, 김이수, 서기석 헌법재판관은 “물포발사행위는 법률유보원칙 및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되고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들 헌법재판관의 주장은 소수의견에 그쳤고,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하지만 일부 헌법재판관들이 왜 경찰의 물포발사를 ‘위헌’이라고 판단했는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는 있다. 헌법재판관 3인의 경고가 사회 변화를 이끄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소수의견으로 남지 않을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