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의 즐거움]노자의 성인은 딴 소리를 하셨다

 

가치의 상대성을 강조하고, 다른 가치를 억압하는 것이 세상 만물의 질서를 위배하는 것이라는 점을 밝힌 뒤, 노자는 '성인(聖人)'이란 존재를 불쑥 들이민다. 공자는 유학자적인 전범(典範)을 보인 옛사람을 성인이라고 불렀다. 당시의 상식으로는, 성인은 당연히 유학자였을 것이다. 공자가 평생 흠모했고 최고의 성인으로 추앙한 인물은 무왕의 동생인 주공(周公)이다. 무왕은 동생인 주공을 전략가로 등용하여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웠다. 주공은 형님이자 천자인 무왕의 스승 역할을 했다. 주공은 무왕을 도와 주나라 개국 초기의 국가 질서를 세운 사람이다. 무왕은 집권한 지 6년 만에 세상을 떠난다. 주공은 왕위를 맡아달라는 청을 사양하고, 무왕의 아들인 희송에게 왕위를 잇게 한다. 이분이 성왕이다. 왕의 나이가 아직 어렸기에 주공은 제국을 섭정하는데 이때 나라의 기틀을 갖추는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성공시킨다. 주공이 세운 국가시스템은 이후 천 년 동안 중국대륙을 이끈 핵심모델이 된다. 공자가 그를 주목한 것은 인품과 자질과 업적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후국 노(魯)나라의 정치 브레인이었던 주공의 '성공스토리'를 발판으로 노나라 출신이었던 공자의 사상적 권위를 강조하고자 하는 전략도 숨어있었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공자는 유학자의 미덕과 실천력을 모두 갖춘 주공 같은 사람을 성인이라 일컬으며 그와 닮는 일이 바로 유학자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노자는 전혀 다른 성인을 불쑥 들이민다. 그래서(가치라는 것이 상대적이기에) 성인은 무위로써 일을 처리하고 불언으로 가르침을 행한다. 만물을 만들어내지만 공치사(功致辭)를 하지 않으며 뭔가 생겨나도 그것을 가지지 않고 뭔가 해내도 티 내지 않는다. 공(功)을 세우고 나면 지체 없이 떠난다. 그것에 머물러 있지 않기에 사라지지도 않는다. 是以聖人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萬物作焉而不辭 生而不有 爲而不恃 功成而弗居 夫唯弗居 是以不去노자의 성인은, 어떤 가치 쪽에 힘을 실어주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무위(無爲)다. 또 어떤 가치가 중요하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불언(不言)이다. 이런 가치 있는 일을 내가 했다고 티 내지도 않는다. 그것이 불거(弗居)이다. 공자는 선을 행하라고 했으니 유위(有爲)로써 일을 처리했고, 선을 말로써 강조했으니 유언(有言)이었고, 또 그 가치를 지킨 사람을 모델로 삼아 그를 본받자고 했으니, 그 가치의 공로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던 유거(有居)였다. 따라서 공자의 성인은 노자의 잣대론 성인이라고 할 수 없었다. 여기에 이 글의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다.빈섬 이상국(편집부장ㆍ시인)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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