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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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초과학 역사는 짧다. 1966년 KIST(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1967년 과학기술처 설립에서부터 시작됐다.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1989년 기초과학연구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본격화 된 것으로 봐야 한다. 역사도 짧은데 더 큰 문제는 연구 환경의 열악성과 정책의 단절이다. 일례로 정부출연연구소의 비정규직 비중은 30%에 이른다. 10명 중 3명은 고용이 불안하다. 산업계는 기초연구에 나서지 않고 있다. 다른 연구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분이 불안하니 연구가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자신이 언제 쫓겨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연구에만 집중할 수 없다.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 자문회의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197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이바르 예이버(Ivar Giaever) 박사는 "인력을 해외로 보내지 말고 국내에서 키우고 가르칠 수 있는 정부 지원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척박한 우리나라에서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중요한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보이지 않고 '톱클래스 과학자 1000명 육성'이란 숫자타령만 강조하고 있는 꼴이다. 연구 환경개선과 함께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정책의 연속성이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조직은 요동친다. 박근혜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시작으로 최근 과학기술전략본부 설치 등 조직개편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뤄진다. 연속성이 생길 리 없다. 199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루이스 이그나로(Louis Ignarro) 박사는 "(노벨상과학상 수상은)언제보다 어떻게 배출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언제'에 초점이 맞춰지면 결과와 성과에만 매몰된다.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될 게 뻔하다. '어떻게'에 방점이 놓이면 과정을 통한 장기적 시스템 마련이 가능하다. '2025년 1000명 톱클래스 과학자 육성'은 '어떻게'보다는 '언제'에 강조점이 찍혀 있다. '어떻게'라는 정책의 연속성이 절실하다. 노벨과학상의 추억은 기초과학 연구 환경 개선과 정책 연속성이 있을 때 가능한 일임을 알아야 한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