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쏠림 방지기술’ 개발 비용만 50억원…“중국 경쟁업체 유출, 막대한 국가경쟁력 손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div class="break_mod">‘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세계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기업들은 ‘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불법, 탈법, 편법이 뒤엉키는 혼탁한 양상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상대의 ‘꼼수’를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 핵심 기술이 외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하지만 완벽한 정보차단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빈틈은 생기게 마련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물론 국가정보원과 검찰도 그 역할을 담당한다. 수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종범)는 최근 국정원과의 공조를 통해 A자동차 회사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간 사실을 포착하고 전·현직 임직원 5명을 영업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A자동차 회사 상무 출신인 장모씨는 퇴사 이후 중국의 B, C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했다. 장씨는 A자동차 전·현직 부장급 인사들에게 ‘차량 쏠림 방지기술 자료’ ‘수동변속기 변속감 개선 기술 자료’ 등을 이메일을 통해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자료에는 A자동차 회사가 수십억원의 자금과 인력, 시간을 들여 만들어낸 기술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쏠림 방지기술 자료는 주행시 차량 쏠림 현상에 대한 원인분석, 개선 대책, 결과 등이 담겨 있다. A자동차 회사는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50억원 상당의 투자비를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행시 차량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면 운전자 피로감이 증가하고 코너링 과정에서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 차량 쏠림 방지 기술은 각국의 자동차회사별 품질등급을 평가하는 북미시장 신차품질조사(IQS) 측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동변속기 변속감 개선기술 자료는 수동변속기 차량의 주행과정에서 변속감 개선을 위한 방안이 담겨 있다. 기존 문제점에 대한 원인분석, 개선대책, 결과 등이 담긴 자료다. A자동차 회사는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31억원 상당의 투자비를 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가 A자동차 회사 전·현직 부장급 인사들에게 자동차 핵심기술을 받은 시점은 2014년 1~8월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 등이 중국의 B 자동차 회사, C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며 자료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검찰이 장씨 주거지 등에서 A 자동차 관련 파일, 서류 등을 발견해 압수했다는 점이다. 추가적인 정보 유출 차단에는 성공했지만, 이번 사건을 둘러싼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산업기술 유출에 따른 기업의 피해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는 기술을 유출당한 국내 업체의 피해 규모가 연간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사건도 적지 않은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A자동차의 차량 쏠림 방지 기술 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중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기술 중 하나”라면서 “중국의 경쟁업체에 유출될 경우 단기간에 시행착오를 줄이며 품질을 개선할 수 있게 돼 막대한 국가경쟁력 손실로 이어질 것이 명백하다”고 우려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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