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첫 입주 단지인 서초내곡지구. 이달 27일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청계산입구역 30m 거리…초역세권에 임대료 저렴27일부터 서초내곡, 송파삼전, 구로천왕 집들이[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20일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 행복주택 서초내곡지구 공사현장. 이달 27일로 예정된 행복주택 첫 입주를 일주일 앞두고 막바지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건물 곳곳에는 복도 콘크리트 벽에 나사를 박는 전동공구의 기계음과 건물 내외부를 청소하는 인부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총 87가구가 공급되는 행복주택 내곡지구는 송파삼전지구(40가구), 구로천왕지구(374가구)와 함께 이달 첫 입주하는 행복주택 3곳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이들 3곳과 강동강일지구 행복주택 입주를 계획하고 있는데 내곡지구 등 3곳은 이달 27일, 강일지구(346가구)는 오는 12월 말께부터 집들이를 시작한다. 행복주택은 대학생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을 위한 반값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으로 이번 입주로 3년여 만에 첫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다.국토부는 2017년까지 행복주택 14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입주실적으로는 이달에 걸음마를 떼지만 지금까지 7만5000가구 정도의 공급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그중에서도 내곡지구는 강남권에 공급되는 행복주택으로 지하철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초역세권에 위치해 있어 입주자 모집 당시부터 인기가 높았다.
행복주택 서초내곡지구에서 가장 평수가 큰 전용면적 29㎡ 내부 모습. 이 단지에 공급된 행복주택은 평형만 다를뿐 내부 구조는 모두 같다. 길쭉한 구조로 현관에 들어서면 양쪽에 욕실과 주방이 있고, 보일러실과 세탁실은 창가쪽에 툭 튀어나와 있다.
◆전철역 출구서 30m 초역세권= 내곡지구는 삼전지구와 함께 강남권에 공급되는 덕에 초반부터 수요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1동짜리 건물로 지어진 내곡지구 행복주택은 청계산입구역 1번 출구에서 청계산 방향으로 30m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앞으로 나올 행복주택을 통틀어 예상해 봐도 전철역에서 가장 가까운 행복주택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내곡지구 행복주택은 'ㄷ'자 모양의 5층 건물로 지하 2층과 3층에는 주차장이, 지하 1층 선큰광장 주변으로는 코인세탁실, 입주민회의실, 사회적기업이 입주할 사무실 등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SH공사는 지하 1층과 지상 1층 6실의 상가를 입찰방식으로 분양해 행복주택 건설에 들어간 비용 일부를 회수할 계획이다. 건물 지하 3층부터 지상 5층까지는 총 2대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그중 1대는 양쪽에 출입문이 있어 휠체어를 타고도 불편하지 않게 이동할 수 있다. 건물 바깥에서 내부로 진입하거나 건물 내에서 휠체어로 이동할 때도 불편하지 않도록 출입구마다 계단 옆에 경사면을 뒀다. 황갑복 SH공사 홍보팀장은 "장애인용 행복주택이 따로 공급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령자 등 거동이 불편한 입주민들을 위해 애초부터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설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지상 2~5층 주택부문은 층마다 공동현관을 따로 두고 디지털도어록 잠금장치를 통해 층별 보안을 강화했다. 입주민들이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층별 현관과 각 세대 현관을 통과하는 구조다. 주차장 등 건물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있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경비실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층마다 별도의 문을 내 흡연 공간을 별도로 두고 옥상에는 잔디밭을 조성했다. 건축비를 낮추기 위해 중급 수준의 건축자재를 썼지만 단지 곳곳에 입주민들의 편의를 배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SH공사 협력회사인 감리업체 김수근 (주)동일건축 책임감리원이 경비실 기계장치와 CCTV 등 보안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싼 임대료에 최장 6년 거주가 매력= 행복주택의 매력은 요건만 맞으면 갑자기 집을 비워야 하는 부담과 2년마다 껑충 뛰는 임대료 걱정을 하지 않고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장 6년까지 거주할 수 있고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싸다.그래서인지 지난 7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시 SH공사가 삼전ㆍ내곡ㆍ천왕ㆍ강일 등 4곳 847가구에 대한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총 8800여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10대 1을 넘겼다. 삼전지구의 경우 최고 8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SH공사의 내곡 보금자리사업지구 내에 위치한 내곡지구도 87가구 모집에 2480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 28.5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사회초년생을 위한 전용면적 29㎡ 일반공급에는 2가구 모집에 225명이 몰렸다. SH공사 부지에 지은 행복주택의 경우 자치구 거주자를 1순위로 둔다. 그 덕에 치열한 경쟁을 뚫은 직장인 임모(25ㆍ여)씨는 21㎡ 행복주택에 입주하는 행운을 얻었다. 부산에서 올라와 올 초부터 직장이 있는 양재동에 거주해 온 사회초년생 임씨는 직장과 가까우면서도 임대료가 싸고 안전한 집을 찾다가 행복주택을 알게 됐다. 임씨는 "회사와 가까운 강남에 있으면서도 임대료가 싸고 SH공사에서 지은 곳이라기에 신뢰가 갔다"며 "치안 문제나 안정적으로 장기거주가 가능하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사회초년생 일반공급 대상자인 임씨는 보증금 4392만원에 월세 22만3000원을 내는 조건으로 입주하게 된다.
지하철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1번 출구로 나오자 'ㄷ'자 모양의 서초내곡지구 행복주택이 눈에 띈다. SH공사는 당초 주변의 서초 보금자리아파트와 같은 '서초 포레스타'로 이름을 지어 외벽을 칠했다. 그러나 주변 아파트 입주민들의 반대로 '포레스타'라는 브랜드명을 쓸 수 없게 되자 다시 페인트칠을 해 외벽이 휑 하다. 건물 왼편 호텔부지(휀스) 역시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2% 부족한 행복주택, 무옵션에 주변 민원세례지하철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자 차도 옆으로 비슷한 규모의 5층 근린상가와 오피스텔 6개동이 늘어서 있다. 이들 건물은 SH공사가 서초내곡지구를 개발하면서 분양한 땅에 지은 것으로 아래층은 상가로, 위층은 오피스텔로 분양ㆍ임대한다.바로 뒤편으로는 보금자리아파트인 서초포레스타 5~7단지 1500여가구가, 전철역과는 거리가 있는 북쪽 헌릉로 쪽으로는 서초포레스타 1~3단지와 엠코타운젠트리스 4단지 등 3000여가구가 입주를 끝내 대규모 주거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청계산입구역 주변 분양ㆍ임대형 오피스텔은 450실가량이 공급돼 임대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60만원 수준. 내곡지구 S오피스텔 분양실장은 "전용면적 23㎡ 분양가가 1억7000만원 선"이라며 "앞으로 월세가 더 오를 것이어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가 좋다"고 투자를 권유했다. 비슷한 평형의 대학생용 행복주택이 보증금 4184만원에 월세 21만1000원이고, 4%로 시중보다 낮은 전월세 전환율(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환산하는 이자율)을 적용하면 보증금은 2074만원까지 낮아지고 월세 부담은 6만9000원이 늘어나 주변 시세에 비해 임대료가 싸다. 하지만 절대 비교는 어렵다. 주변 임대용 오피스텔의 경우 드럼세탁기와 냉장고, 책상, 수납형 가구가 빌트인으로 제공되고 행복주택에 비해 고급자재가 사용된 반면 행복주택에는 가스레인지 외에는 별도로 제공되는 옵션이 없다. 행복주택 입주 예정자인 임씨는 "이사를 하려면 가구나 가전제품을 새로 구매해야 해 비용부담이 크고 공간활용 면에서도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주로 입주한다는 점을 감안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과 무차별적인 민원도 문제다. 내곡지구 행복주택의 당초 명칭은 '서초포레스타 8단지'였지만 주변 민원 때문에 이름을 '썬포레'로 바꿨다. 건물 외벽에 칠했던 애초 단지명칭도 다시 지웠다.▶행복주택 :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을 위해 직장과 학교가 가까운 곳에 지어지는 임차료가 저렴한 도심형 아파트. 젊은 계층이 80%, 취약ㆍ노인계층 20%의 비율로 공급되는데 산업단지에 공급하는 행복주택은 산단 근로자에게 80%를 공급한다. 정부ㆍ지방자치단체ㆍ공기업 간 다양한 협업을 통해 짓는다. 기존 임대주택이 사회적 배려 대상과 저소득층에게 입주 기회를 줬다면 행복주택은 주로 젊은 계층을 위해 지어지고 계층별 차등을 둬 주변 시세의 60~80%에 공급된다. 영구임대나 국민임대주택에 비해 까다롭지는 않지만 해당 계층별 기본자격과 소득, 자산 기준은 있다. 젊은 계층의 거주기간은 최장 6년으로 제한되고 노인ㆍ취약계층, 산단 근로자의 경우 그 이상의 장기거주가 가능하다.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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