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영의 투어다이어리] 9. '세리 언니와의 만남'

박)세리 언니와의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왼쪽부터 (장)수화, (김)지현이, 세리 언니, 그리고 나.

여주 대회는 아주 특별했습니다.(박)세리 언니가 호스트로 나선 OK저축은행 박세리인비테이셔널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선수의 이름을 걸고 대회를 연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입니다. 올해 대회를 앞두고는 선수들 앞으로 일일이 초청장까지 보내주셨는데요. 호스트가 선수들에게 정중하게 참가를 부탁하는 건 투어 생활을 하면서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었습니다.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는데요. 5학년 때 세리 언니의 플레이를 처음 봤습니다. 그 때는 너무 어려서 US여자오픈 우승이 얼마나 대단한 지 잘 몰랐습니다. 그저 어린 마음에 언니가 양말까지 벗고 물에 들어가 샷을 하는 게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나중에 US여자오픈이 메이저 대회라는 것을 알고 "정말 대단한 선수였구나"라고 느꼈습니다.올해 프로암에서는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비가 오면서 잠시 딜레이가 되자 많은 선수들이 세리 언니에게로 몰렸습니다. 세리 언니가 갑자기 연예인으로 '변신'하는 순간이었죠. 아마추어 동반자들은 물론 선수들도 기념 촬영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저도 사진을 찍으면서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어린 선수들이 휴대전화에 인증 샷을 찍은 뒤 해맑은 미소를 짓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프로암을 마친 뒤 만찬장에서 세리 언니와 같은 테이블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최근 방송에 출연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박세리 프로다"라고 수군거리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프로님, 안녕하세요"라며 친근감을 드러내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하네요.올해는 세리 언니가 부상으로 일찌감치 투어를 접은 게 아쉬웠는데요. 내년에는 선수로 함께 뛰었으면 합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투어 생활을 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자기관리가 얼마나 철저한 지를 쉽게 알 수 있는 거죠. 국내 무대는 특히 다른 투어와 비교하면 선수 수명이 짧습니다. 후배들이 세리 언니를 본받았으면 합니다. 언니, 앞으로도 부상 없이 최고의 플레이를 펼쳐주시길 바랄게요. 파이팅입니다.KLPGA투어 프로<ⓒ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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