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방예산 누수, 감시 강화로 막아야

매년 전체 예산의 10%가 넘게 편성되는 국방비는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 이런 의문을 다시금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세금 낭비' 실태들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거액이 투입된 전투기 도입이 핵심기술 이전을 받을 수 없는 반쪽짜리 계약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는가 하면 탄약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매각한 사실도 드러났다. 반면 돈이 쓰여야 할 곳엔 예산이 충분히 배정되지 않고 있다. '안보'와 '전문영역'이라는 울타리로 보호받는 가운데 총체적인 부실을 보이고 있는 국방예산의 편성과 운영ㆍ집행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그제 국감에선 F35 전투기 도입 계약의 '진상'이 드러나 많은 이들을 허탈하게 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록히드마틴사로부터 F35 전투기 40대를 7조3418억원에 사기로 하면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고 국방부가 발표했으나 그것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것이다. 애초 국방부는 미국이 대외 유출을 금지하는 기술인 줄 알면서도 계약을 맺었다. 결국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25개 기술 가운데 핵심 기술 4개를 이전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어제 국감에서 공개된 '육군이 보유 중이던 탄약을 헐값에 민간업체에 팔았다'는 것도 실소를 자아낸다. CS탄(일명 최루탄) 64t을 시장 거래가의 16분의 1밖에 안 되는 가격에 처분했다는 것이다. CS탄을 사들인 업체는 약 36억원의 이익을 봤다고 한다. 해군함정에 식수공급장치가 없어서 생수통을 들고 작전을 해야 한다든가, 공군 주력 폭탄 절반이 불발탄이라는 것도 알려졌다. 반면 지난해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 중 지뢰를 밟아 다리를 심하게 다친 하사관은 민간병원 치료비 750만원을 자비로 부담했다고 한다. 세금을 낭비하면서도 마땅히 써야 할 곳에는 쓰지 않은 것이다. 부실과 비리, 비효율에 의한 군 예산의 누수(漏水)와 불합리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 같은 행태는 곧 군 전력의 누수다. 군은 예산의 증액을 주장하기 전에 그 집행부터 효율화ㆍ합리화하는 게 우선이다. 군의 자기개혁과 함께 부실과 비리에 대한 구조적 처방이 필요하다. 특히 국방 예산의 부실 운영은 국방을 전문 분야로 보고 군 내부에 맡겨온 오랜 관행이 아직도 크게 바뀌지 않은 것에 큰 원인이 있다. 방위사업청이 발족하는 등 폐쇄주의를 허물고는 있으나 아직 충분치 못하다. 국방 예산에 대한 내외부 간의 유기적 감시ㆍ통제가 더욱 효과적으로 갖춰져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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