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글로벌화학社 삼성맨, 난데없이 '청소를 하자' 외친 이유?

▲삼성정밀화학 울산사업장 임직원들이 공장 주변 정화활동을 벌이고 있다.(사진=삼성정밀화학)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매일 새벽6시30분이면 청소봉사를 하려는 임직원들이 나와 정식 근무시간 전까지 공장 청소를 합니다. 막힌 배수로부터 공장 곳곳에 쌓인 자재, 흩어진 볼트와 너트 등을 치웠더니 경제성, 안전성, 주인의식 등 3가지 측면에서 상승효과를 보고 있습니다."지난 19일 삼성정밀화학 울산 공장에서 만난 조정훈 총괄팀장은 "청소경영이 생산성 향상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2년 연속 적자를 내던 삼성정밀화학이 올 2분기 흑자로 전환했다. 2013년 203억원, 2014년 244억원 적자에서 올 2분기 당기순이익 338억원을 달성한 것. 최근에는 2차전지 소재사업을 삼성SDI에 양도하고 삼성BP화학 지분율을 19.8%에서 49%로 높이는 등의 사업재편을 실시, 정밀화학에 집중해 초일류 스페셜티 화학사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공장은 맨발로 다녀도 괜찮을 정도로 깨끗해야 한다'는 성인희 삼성정밀화학 사장의 경영철학을 직원들이 시행에 옮긴 지 167일만이다. 지난 4월 회사가 경영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전임직원이 한마음으로 외친 것이 바로 청소경영이다. 청소경영을 통해 제품원가혁신·안전혁신·기업문화혁신 등을 이뤄내 제조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창립 51주년인 다음달 26일에는 울산사업장 654명 전직원이 공장을 맨발로 걷는 이벤트도 기획했다. 공장이 그만큼 깨끗해 졌다는 것을 임직원들이 몸소 체감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행사다.이날 찾은 삼성정밀화학 울산공장은 지은 지 50년 된 공장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단정했다. 1964년 고 이병철 회장이 한국비료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한 게 이 회사의 전신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카린 밀수사건이 발생해 1967년 국가에 헌납됐고 1994년에서야 다시 삼성 품에 안겼다. 삼성정밀화학 사명을 취득한 것도 이때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67년 4월 20일 삼성정밀화학의 전신인 한국비료 울산공장 준공식 당시 모습.(사진=삼성정밀화학 사보)

지난 50년간 우여곡절을 겪은 삼성정밀화학은 올해부터 새로운 역사를 준비 중이다. 그 중심에는 청소경영이 있다. 학창시절 급훈에나 봤을법한 '청소를 잘하자'라는 구호가 초일류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정밀화학의 경영지침으로 등장한 것이다. 공장 뿐만 아니라 공정 내에서도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해 생산효율을 높이겠다는 뜻이다.삼성정밀화학의 울산공장은 연간 3만7000t의 메셀로스와 1만여t의 헤셀로스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창립 49년째인 2013년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경영난에 봉착, 적자행진을 기록했다. 설상가상 염산가스 누출사고까지 발생하는 등 경영악재가 잇따르자 내부에서는 '아홉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임직원들의 위기극복 DNA를 확인해주는 기회가 됐다. 노사합의에 따라 200여명에 이르는 구조조정을 실시, 창조적파트너십을 구축했으며 현장에서는 원가절감운동, 사업장 환경미화 활동 등을 진행했다.조성우 울산공장장은 "공장효율 향상을 통해 원가혁신을 꾀하고 있고, 매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를 '세이프티 골든타임'으로 지정해 안전혁신을 실현하고 있다"면서 " 특히 안전 관련해서는 협력사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마련, 10개사 협력사가 'KOSHA18000'을 취득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올해는 노조와의 임금협상도 동결로 원만하게 합의, 임직원들은 제조에만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바로 건너편에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임협투쟁을 벌이며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조 공장장은 "최근 창조적파트십을 바탕으로 노사 공감대가 형성돼 일단 회사부터 살리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성 사장이 해외출장을 갈 때나 고객사 미팅 등 을 할 때면 항상 노조위원장과 함께 하는데 이러한 노사화합 노력이 회사실적으로 이어졌고 결국 흑자전환하게 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삼성정밀화학 노사는 CEO 및 고위경영진이 함께 참여하는 노사합동교육을 실시하고 핵심인력 확보를 위한 해외출장 시 노조간부가 동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회사의 경영상황과 회사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나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해 4월에는 회사경영위기를 주도적으로 극복하고 제조업 본연에 충실하겠다는 '위기극복 협약서'를 성 사장과 이동훈 노조위원장이 함께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글로벌 제조경쟁력 강화 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노사가 함께 '창조적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일련의 지침들이 위기극복의 원동력이자 삼성정밀화학만의 독특한 문화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조 공장장은 "인력 구조조정 때에도 전체 노조원 투표에서 67%의 찬성을 얻어 실시한 것"이라며 "인근의 사업장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얘기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가능한 것이 삼성정밀화학만이 가진 창조적파트너십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삼성정밀화학 울산공장 전경(사진=삼성정밀화학)

최근에는 원가절감을 통해 생산력 증대를 실현하고 있다. 건축용 첨가제 등에 쓰이는 메셀로스의 경우 질소밸브를 조절하며 질소 유입량을 최적화해 공정 내 낭비요소를 제거, 질소 구입 비용을 83% 절감했다. 페인트 등에 점성을 부가하는 첨가제로 쓰이는 헤셀로스의 제품공정에서도 증기의 열을 재이용해 원가절감을 실현했다. 용매의 증기와 세정용매로 증기 간의 열교환이 가능하도록 변경해 증기사용량 44%를 절감한 것. 삼성정밀화학은 원가절감비용을 생산증대를 위한 투자에 사용해 내년에 공장을 추가 증설, 헤셀로스 2만t 생산체제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헤셀로스 부문에서 기존 세계4위에서 3위로까지 도약할 수 있다.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오히려 다른 기업들보다 위기가 빨리 찾아와 남들보다 이른 성장통을 겪은 것이 득이 됐다"며 "위기극복 뒤 내부결속력과 경영체질이 더 탄탄해 졌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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