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남북이 금강산 면회소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바람앞에 등불' 신세다. 북한이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앞두고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행사자체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통일부에 따르면 양측은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을 논의하는 무박 2일의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고 이런 내용이 포함된 2개항의 합의서를 8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작년 2월 마지막으로 개최된 이후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1년8개월 만에 재개되게 됐다. 하지만 북측이 10월 하순을 제시하면서 이산가족행사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측은 노동당 창건 70주년(10월 10일) 전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우려해 다음 달 초 상봉 행사를 개최하자고 제안한 반면 북측은 상봉 행사 준비 등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10월 하순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봉시기와 관련해서는 우리측이 북측의 주장을 수용한 셈이다. 만약 북한이 도발을 강행한다면 유엔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뒤따르고 결국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을 빌미로 남측을 압박할 수 있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을 맞아 다양한 도발을 감행해왔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발사건을 시작으로 2006년 10월 9일에는 1차 핵실험을 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10일에는 경기도 연천군 일대에서 민간단체에서 날린 풍선을 향해 첫 조준사격을 하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이산가족행사를 취소한 적도 있다. 2013년 9월에는 상봉 4일 전 북한이 행사 취소를 통보했다.남북은 이산가족상봉 성사외에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당초 우리측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외에 ▲ 전면적인 이산가족 생사 확인 ▲ 이산가족 서신 교환 ▲ 이산가족 고향방문 ▲ 상봉 행사 정례화 등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북측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이 7년째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금강산관광 사업권자인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아산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서 실무지원을 맡을 예정이다. 현대아산은 지난 2002년 이후 16차례에 걸쳐 금강산에서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지원한 바 있다. 지난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후 10년 동안 200만 명의 관광객들이 금강산을 다녀왔지만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 이후 7년째 중단된 상태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이 중단된 2008년부터 지금까지 현대아산이 입은 피해액(관광매출)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강산 육로관광의 남측 거점지역인 강원 고성군은 관광 중단 이후 123만명의 관광객이 감소해 요식업 등 관광 관련 업소 400여개가 휴ㆍ폐업하는 등 2725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봤다.정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안타깝지만,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없는 입장이며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북측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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