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해방둥이 기업들, 식품·유통 많은 까닭
고품질 동백나무 찾아 전국 해안 순회…상표 붙인 브랜드 국내서 첫 출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초석이 된 고(故) 윤독정 여사가 1932년 만들어 판매했던 '동백기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5일 경기도 오산 뷰티사업장에서 창립 7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께 바치는 평전 헌정식도 이뤄졌다. 이번에 발간된 평전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는 선대회장이 걸어온 삶의 여정을 담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우리나라 최초의 화장품 연구실을 세우고 걸어 온 여정에는 최고의 품질을 만들기 위한 끈질긴 연구와 투자, 그리고 고객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싶었던 창업자의 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선대 회장이 개성에서 모친(고 윤독정 여사)이 만들어 판매했던 동백기름, 미안수(스킨), 구리무(크림)를 기반으로 해방 직후 메로디크림을 출시, 판매돌풍을 일으키며 오늘날의 초석을 닦았다. 당시에는 물자가 부족해 모든 제조업종에서 원료를 구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동백나무는 남부지방 해안가에서 자라 개성에서는 열매를 공급받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윤 여사는 '좋은 원료에서 최고 품질이 나온다'는 것을 철칙으로 고품질의 동백나무 열매를 얻기 위해 수백 리 해안지역도 가리지 않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고 한다. 모친의 일을 돕던 창업주 역시 신용과 성실을 중시하는 '개성상인 DNA'를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1943년 일제에 징용을 당해 중국으로 건너갔던 창업주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개성으로 돌아오지 않고 중국을 여행하면서 아시아의 여러 문물이 뒤섞이며 교류하는 현장을 경험한다. 아시아의 미(美)를 태평양 너머 서구에까지 전파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란 꿈을 갖게 된 창업주는 한국으로 돌아와 태평양화학공업사라는 간판을 달고 지금의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이뤘다. 아모레퍼시픽을 시작하면서 선대 회장이 가장 주목했던 것은 다름 아닌 '품질'이었다. 그것은 개성상인들의 오랜 전통이 몸에 밴 버릇처럼 그에게서도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선대 회장의 경영 철학은 당시 소위 날림으로 화장품을 만들어 냈던 다른 회사들의 그것과는 엄격하게 구분됐다. 그 결과 아모레퍼시픽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상표'를 붙인 화장품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한국 최초 식물성 포마드 'ABC포마드', 세계 최초 인삼을 원료로 한 'ABC인삼크림', 쿠션 카테고리를 창조한 아이오페(IOPE) '에어쿠션' 등 지난 70년 동안 '최초', '최고'의 역사를 써내려 왔다. 서경배 회장은 오는 2020년까지 '원대한 기업'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매출 12조원, 영업이익률 15%, 글로벌 사업 비중 5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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