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기획재정부의 '신산업 성장전략'에 부쳐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최근 글쓴이는 멕시코를 다녀왔다.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를 방문했다. 공항부터 미국이 아닌가 착각이 들었다. 치와와주는 미국의 텍사스주와 국경을 길게 맞대고 있다. 호텔과 식당도 미국의 그것과 같았다. 팁 문화도 그러했다. 식당 종업원도 막힘없이 영어를 구사했다. 언어는 물론 문화적으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마치 미국에 온 느낌이었다.멕시코는 1995년 미국,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발효했다.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마주한다. 가까운 만큼 물류에 장점을 가진다. 그리고 멕시코의 노동력은 값싸고 풍부했다. 많은 미국 기업이 멕시코에 투자했다. 미국시장을 노리는 유럽 기업도 멕시코에 진출했다. 덕분에 멕시코의 국민소득은 증가했다. 1인당 국민소득(실질기준)은 1995년 3772달러였다. 2014년 1만83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년 동안 1.9배 가까이 증가했다. 1980~1994년 동안 멕시코의 1인당 국민소득은 0.7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치와와주는 멕시코의 경제성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NAFTA 이후 외국 기업은 치와와주에 투자했다. 주 정부도 외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공장용지도 닦아줬다. 주 정부의 관심은 오로지 일자리였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흘렀다. 치와와주의 현재 모습은 그렇게 만들어졌다.치와와주 중심산업은 자동차 부품과 항공산업이다. 산업 현장을 둘러봤다. 외국 기업이 산업의 핵심이다. 부품 생산과 공급도 외국 기업의 몫이었다. 지역 중소기업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치와와주를 경제지표로 들여다보면 분명히 성장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성장은 외국 기업의 몫이다. 치와와주는 철저히 시장원리-비교우위론에 충실했다. 외국 기업의 비교우위는 뚜렷했다. 성장을 위해 지역 중소기업에 역차별을 마다하지 않았다. 눈으로 성장이 보였다. 그래서 산업정책도 변변치 않다. 금속산업 클러스터는 있다, 그러나 느슨하다. 이마저 공급사슬은 외국 기업으로 채워졌다. 그 결과 지역 중소기업은 성장의 뒤안길에서 서성인다.비교우위에 대한 맹신은 곳곳에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원자재와 부품이다. 원자재와 부품의 90% 이상을 수입한다. 개발하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비교우위가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역 중소기업에 기술개발은 남의 일이다. 한국도 부품과 소재를 수입에 의존하던 적이 있었다. 정부가 강력하게 수입대체와 국산화를 추진했다. 비교열위 산업의 성장을 유도한 것이다. 비교우위만 내세웠다면 한국의 주력산업은 여전히 의류일 게다.최근 미국, 독일, 일본 모두 제조업 부흥을 꾀한다. 공통점은 제조업의 혁신과 일자리 창출이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부의 '제조업 혁신 3.0'이 그러하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신산업 성장전략'을 준비한단다. 부처별로 지원하는 산업정책을 수정함이 목적이다. 시의적절하다. 이에 몇 가지 첨언을 하고자 한다.첫째, 성장전략의 중심은 중소기업이어야 한다. 비교우위에 따르면 '선택과 집중'의 대상은 대기업이다. 6대 주력산업-석유ㆍ화학, 자동차, 철강, 일반기계, 전자ㆍ전기, 선박 모두 대기업 중심산업이다. 과거 산업정책의 성공은 성장이지만 실패는 대ㆍ중소기업 격차였다. 낙수효과라는 간접적 효과보다 중소기업이 직접 성장하는 전력을 마련해야 한다.둘째, 그래도 대기업이라면 기획단계부터 중소기업을 참여시켜야 한다. 과거 산업정책은 대기업이 신제품 개발을 끝내고 이에 맞는 부품 공급을 중소기업이 맡는 방식이다. 이게 바로 낙수효과 방식이다. 낡았다. 과거 방식으로 중소기업의 개발과 혁신을 꾀할 수 없다. 함께 성장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셋째, 정보기술(IT) 산업 진흥도 중요하지만 앞서 중소기업과 융합이 우선이다. IT 산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핵심은 그런 기술이 중소기업의 혁신을 유도하고 자극하는 것이다. 단순한 제품의 융합이 아니다. 중소기업 생산현장의 혁신을 도와야 한다. 우리는 대기업이, 치와와주는 외국 기업이 성장의 중심이었다. 이제 고르게 성장해야 한다. 300만 중소기업이 작지만 강해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게 성장의 저변을 넓히는 중장기 성장전략이다.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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