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대법원
그런데 다문화 가정의 이혼 사례도 적지 않다. 올해 상반기 국제이혼 건수는 4067건이다. 같은 기간 국제결혼 건수와 비교하면 국제이혼 건수가 상당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국제결혼 이후 이혼하게 되는 경우 아이 문제가 남는다. 내국인끼리 결혼한 후 이혼하는 경우와 양태가 다르다. A씨 사례처럼 가정불화 과정에서 아이를 데리고 출국해버릴 경우 법적인 해법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대법원은 A씨 사건에서 "부모 일방이 미성년 자녀에게 협박이나 불법적인 힘의 행사 없이 종전의 거소(사는 곳)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옮겨 양육한 행위에 대해 약취죄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비록 대법관 다수 의견이 무죄로 판단했지만, 적지 않은 대법관들은 '불법행위'라는 판단을 굽히지 않아 논란의 여지는 있다. 당시 김용덕 고영한 등 5명의 대법관은 "부모 일방이 유아를 임의로 데리고 가면서 행사한 사실상의 힘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적"이라며 "특히 장기간 또는 영구히 유아를 데리고 간 경우에는 불법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법적인 판단과는 별도로 사회적인 인식도 주목할 부분이다. '아동 탈취' 논란이 쟁점으로 떠오를 때마다 다문화 가정이나 국제결혼 자체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변호사는 "가정불화를 배우자 어느 일방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편견"이라면서 "자칫 다문화 가정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 이들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왜곡된 시선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진짜 문제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제결혼 파탄 시 일방의 배우자가 아동을 외국으로 탈취하는 사례가 증가하자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에 가입했다. 헤이그 협약은 아동 탈취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사국 차원에서 법적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법무부는 "신속하게 아동 반환 재판을 받을 길이 열리게 돼 아동의 권익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법무부 기대와 달리 성과는 거의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헤이그 협약은 가입한 국가와 그 가입을 수락한 기존 체약국 사이의 관계에서만 유효하다"면서 "(국제 혼인 주요 대상국인) 중국과 베트남은 헤이그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적용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