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높을수록 환율전가 덜한다'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시장 점유율이 높은 수출 기업일수록 환율 전가의 정도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환율전가란 환율이 변동했을 때 수출 혹은 수입 가격이 변화하는 정도를 말한다.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황광명 국제국 차장과 이예일 조사역은 한은 조사통계 월보에 쓴 '우리나라 수출가격에 대한 환율전가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환율 변동과 수출가격 간의 관계를 분석해 시장지배력이 높은 수출기업일수록 오히려 환율전가를 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냈다.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원화가치 상승)했을 때 우리 수출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달러 표시 가격을 10% 높인다면 환율 변화를 100% 가격에 전가시켰다고 볼 수 있다.현실에서는 타국 제품과의 경쟁 등을 이유로 환율 변화를 현지 제품가격에 온전히 전가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만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시장지배력이 커져 환율전가를 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 학계의 전통적인 견해다.그러나 국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황 차장의 분석에서는 이런 일반적인 견해와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시장점유율과 환율전가 정도가 뚜렷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이다.시장점유율이 낮은 수출기업은 오히려 환율 변동을 가격에 반영하는 반면, 해외에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업일수록 환율 변동을 현지 제품가격에 반영하는 일을 꺼린다는 것이다.황 차장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국내 수출기업일수록 마진율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환율 변동 시 현지 가격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시장전략을 취한다"며 "이는 기업들이 기존에 점유하고 있던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욱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런 분석 결과는 전자제품 등 일부 품목 수출의 환율 민감도가 낮아진 것이 단순히 품질이나 브랜드 등 비가격적 경쟁력의 개선에 의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황 차장은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 이후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출기업들은 낮은 환율전가로 채산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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