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못 맞춘 관세청, 감사원 ‘지적’

국제 현장면세 우편, 통관절차 안내 없이 수취인에게 전달…세관 거쳐 받은 우편물에 ‘안심’, 수입신고 하지 않아 ‘밀수죄’로 처벌 받기도

[아시아경제 정일웅 기자] 몸이 편치 않아 찾아간 병원, 의사가 알아듣지 못할 의학용어로 병명과 증세를 설명하고 처방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좀 더 쉽게, 환자의 눈높이에서 설명할 수는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건 비단 특정 개인의 아쉬움일까. 앓고 있는 병명과 원인을 재차 묻고 설명 받는 순간, 환자는 ‘의사의 권위’가 아닌 ‘의사와의 벽’을 새삼 깨닫는다. 관세청이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받은 통관절차 상의 문제는 환자와 의사 간 ‘벽’을 닮았다.감사원은 관세청의 ‘국제우편물 통관업무 관리’에 부적정함을 지적하고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선의의 피해를 예방할 것을 ‘주의요구’ 했다고 10일 밝혔다. 수취인이 국제우편물을 받을 때 수입신고 여부를 판단하고 필요에 따라 해당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돕는 ‘통관안내서’를 함께 발송하라는 게 지적사항의 요지다.국제우편물은 통관부서에서 수입요건 확인을 위해 우편물의 수취인에게 가격자료 등을 제출하게 하는 방식으로 통관절차를 갖는 ‘심사대상 우편물’과 체신관서(우체국 등)를 통해 수취인에게 곧장 전달하는 ‘현장면세 우편물’로 나뉜다.이중 심사대상으로 분류된 우편물은 수취인에게 국제우편물 통관안내서를 발송, 일반수입신고 등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당사자가 수입신고의 필요성에 따라 신고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반면 현장면세로 처리된 우편물은 통관안내서 없이 체신관서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내용물의 판매 또는 회계 관리 등을 목적으로 한 수입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수입신고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일부 수취인들은 법적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다.가령 지난 2012년 광주시 소재 모 주식회사 대표 A씨는 네덜란드에서 파프리카 종자를 수입하면서 수입신고를 하지 않고 물품을 국내에 반입·판매했다는 이유로 밀반입(관세법 제269조 위반) 혐의를 적용받아 벌금 493만여원과 추징금 9273만여원을 각각 물었다.그러나 A씨는 “파프리카 종자의 경우 면세대상 품목으로 수입신고를 하더라도 납부할 관세가 없고 수입신고를 하지 않게 된 이유도 국제우편물을 통해 수입했기 때문”이라며 “인천공항우편세관이 현장면세 물품으로 분류해 통관안내서 발송 없이 우편물을 전달한 까닭에 무신고 수입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또 이 같은 절차상의 문제를 토대로 세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주장을 고려하더라도 ‘관세법’상 수입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밀수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2011도10192)”는 이유에서다.이와 별개로 관세청은 지난 2009년 ‘우편물 재반입 수입신고에 대한 업무처리 지침’을 세움으로써 현장면세로 처리되는 국제우편물 중 수취인의 필요(판매목적 또는 회계 관리 등 용도로 수입 근거 마련)에 따라 수입신고를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다.감사원도 현장면세 우편물이 수입신고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해 수입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밀수죄로 처벌받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 개개 수취인이 수입신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그러나 관세청은 ‘우편물 재반입 수입신고에 대한 업무처리지침’ 마련 이후에도 일반 국민에게 이 같은 주의사항을 알리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일반인들은 아직까지 ‘현장면세 우편은 수입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인식함으로써 처벌받는 경우가 생긴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이에 따라 감사원은 “관세청장은 현장면세로 처리·통관되는 국제우편물의 경우도 통관 후 수입신고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절차를 철저히 이행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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