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판례 변경, 술렁이는 변호사 업계…대법 판단 놓고 법조계 논쟁 격화될 듯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변호사가 형사사건에서 체결한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원칙적으로 유효라고 판단했던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것으로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권순일)는 허모씨가 아버지와 관련한 사건을 수임했던 변호사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4000만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허씨 아버지는 2009년 10월 절도 혐의로 긴급 체포된 후 구속됐다. 허씨는 A씨를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착수금으로 1000만원을 지급했다. 또 ‘석방조건 사례비를 지급하되, 추후 약정하기로 함’이라고 기재한 형사소송선임 약정서도 작성했다. 허씨 아버지는 57회에 걸쳐 1억6700여만원의 금품을 절취했다는 내용의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A씨는 2009년 12월8일 허씨 아버지에 대한 보석허가신청서를 제출했고, 허씨는 12월11일 A씨에게 1억원을 지급했다. 12월17일 허씨 아버지에 대한 보석 허가결정이 나왔다.
대법원
법원은 2010년 5월 허씨 아버지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고 이후 형이 확정됐다. 허씨는 성공보수약정이 과하다는 판단에 따라 A씨를 상대로 1억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 재판부는 1억원을 성공보수금으로 보고 그 중 4000만원은 신의성실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해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무효라는 판단에 따라 4000만원 반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한 이번 사건 쟁점은 형사사건에서 체결된 변호사 성공보수약정의 효력에 대한 부분이다. 앞서 대법원은 사건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은 채 성공보수약정은 원칙적으로 유효라는 판례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에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에 관한 변호사 보수는 단순히 사적 자치의 원칙에 입각한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대가 수수관계로 맡겨둘 수만은 없다”서 지적했다. 대법원은 “법률지식이 부족하고 소송절차에 대한 경험과 정보도 없는 다수의 의뢰인은 당장 눈앞의 곤경을 면하기 위해 자신의 처지에 비춰 과다한 성공보수를 약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성공보수약정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누적된다면 변호사 제도의 정당성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음을 명확히 밝혔음에도 향후에도 성공보수약정이 체결된다면 이는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민일영, 고영한, 김소영, 권순일 대법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대부분의 법률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이 변호사 직무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침해하거나 사법정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공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번 판례 변경을 통해 성공보수약정을 무효로 판단함에 따라 변호사들은 형사사건 수임에 있어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변호사들은 대법원의 이번 판례 변경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술렁이는 모습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둘러싼 논리의 타당성을 놓고 법조계 내부의 뜨거운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사건에서 변호사 성공보수가 무효라고 판단되면 당장 변호사들은 착수금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나, 이는 결과와 무관하게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므로 그 금액은 성공보수금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변호사 보수의 과다 논쟁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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