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권기자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지난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파행된 직후 당내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태호 최고위원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회의를 욕설이 난무하는 '막장 최고위'를 만든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었다.김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 사퇴를 재차 주장하자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발끈했고 김무성 대표는 결국 회의장을 박차고 자리를 뜨는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비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회의 직후 "한두번도 아니고 자꾸 문제를 제기하는 식이 짜증난다" "비공개회의 때는 정작 가만히 있고 공개석상에서 민감한 얘기를 언급하는데 할말 안할말 구분을 못하는 것 같다"는 힐난이 쏟아졌다.김 최고위원은 정말 정무적인 판단 없이 유 원내대표 사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을까.친박계 의원들과 정치평론가들의 견해는 비박계 의원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 한 친박계 비례대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최고위원이 주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유 원내대표 사퇴를 또 다시 거론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김 최고위원이 본인만의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원내대표 사퇴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게 이 비례 의원의 설명이다.김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얘기를 꺼내면 내가 불리해진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정치평론가들은 김 최고위원이 소위 '자기정치를 고수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때 국무총리 후보까지 오른 전력이 있고 짧은 기간 안에 대권 도전의 꿈을 꿀 만큼 야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만의 색깔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말을 세게 해 존재감을 과시하는 형"이라고 정의했다. 발언 수위를 높여 언론의 주목을 받는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김 최고위원은 당내에서 계파 없이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최고위원은 다른 의원들과 전략적으로 만남을 갖거나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원내에 들어와 3년 동안 식사를 한번 했다"면서 "그 이후에도 그닥 친하게 지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김 최고위원의 이날 소동이 오히려 본인의 인지도를 높이는데는 도움이 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실제로 최고위회의가 파행된 2일 오후 '김태호'라는 이름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이를 의도했다면 전략은 제대로 먹힌 셈이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