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애국이다'…재계 '돈보따리' 풀며 소비전도사로

-삼성, 3000억어치 전통시장 상품권 구매-현대기아차, 소상공인 할부금 납입 유예-LGD, 협력사에 400억 상생 자금 마련-상의·전경련, 국내 여름휴가 캠페인-포스코·SK도 식대·온누리상품권 지원[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오주연 기자]재계가 정부의 기준금리 인하ㆍ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의 내수회복 군불떼기에 앞서 당장 올 여름휴가에 실천가능한 내수진작 방안을 내놓으며 침체된 국내 경기에 호흡을 불어넣고 있다. 이달께 정부가 수출경쟁력 강화ㆍ해외투자 활성화ㆍ벤처육성 등의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맥 놓고 기다리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실천방안을 마련해 내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다. 엔저현상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까지 겹쳐 수출ㆍ내수가 동반하락하고 있는 현 경제상황을 언제까지 지켜볼 수 없다는 다급함에서 나온 조치다.지난달 국내 수출은 469억5000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8% 줄어 6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경제를 지지해주는 버팀목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내수 부진도 가속화되고 있다. 회복세를 보이는 듯 했던 유통업계는 메르스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지난 5월 백화점 매출은 4~5%가량 다시 고꾸라졌다. 관광업계는 메르스로 쑥대밭이 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메르스로 한국 방문을 취소한 외국인 관광객은 13만여명에 이른다. 특히 메르스 대응 실패로 의료 관광이 뚝 떨어져 7,8월 의료관광 예약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재계가 자구책 마련에 발벗고 나섰다. 선봉은 재계의 맏형인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섰다. 전경련과 대한상의는 내수진작을 위해 국내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회원사에 서한문을 보내 "올 여름휴가는 국내에서 보내자"고 독려했으며 대한상의는 올 하계포럼을 제주에서 진행, 메르스 여파로 꺾인 제주관광 부흥에 앞장섰다.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내놓은 곳은 삼성이다. 삼성그룹은 하계 휴가철을 앞두고 내수진작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전통시장 상품권 300억원치를 구매, 협력회사 및 용역회사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한편 해외 거래처 고객을 국내로 초청하고, 현지 우수사원에게는 국내관광을 포상휴가로 준다. 이를 통해 총 1000여명 이상의 관광객을 한국으로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 받고 있는 농어민들을 위해선 삼성전자 서초사옥 등 전국 21개 사업장에 총 20억원 규모의 직거래 장터를 열어 농어촌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임직원들의 하계 휴가는 7월초로 앞당겨 장려하는 한편 부서별로는 일주일 이상씩 휴가를 쓸 수 있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국내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표기업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같은 생각에서 내수 활성화 방안을 내 놓게 된 것"이라며 "임직원들이 최대한 그룹 방침에 동참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불황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위해 할부금 납입을 3개월간 유예할 수 있는 '할부금 특별 유예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LG디스플레이는 경기침체 고통 분담 차원에서 협력사와 소상공인을 위해 상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협력사의 재정 부담을 분담하고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총 400억원의 자금을 조성하고 협력사에 직접 대출해주는 'You Dream' 프로그램을 신설키로 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낮은 우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동반성장펀드(1750억원) 등과 함께 총 2150억원 규모로 협력사 자금 지원을 하게 된다. 지역 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장보기 버스까지 대절해주는 곳도 있다. 포스코는 침체된 포항경제를 살리기 위해 이달 중순까지 포항 내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인당 간담회비 2만5000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광양제철소에서는 간담회 때 필요한 장을 인근 대해시장, 큰동해시장 등에서 보도록 버스를 지원, 지금까지 약 670여명의 직원들이 전통시장을 방문했다.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50여명과 함께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에 위치한 강화 풍물시장을 찾아 나물, 견과류, 수산물 등 지역 특산물과 필요 물품을 구매하는 등 내수 진작에 나섰으며 SK그룹은 헌혈하는 임직원 숫자만큼 회사가 10만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유관 기관에 기부해 메르스 여파로 고통 받는 취약계층에 전달되도록 할 방침이다.재계 관계자는 "내수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득이 증대되고 민간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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