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동성혼(同性婚) 합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갈 길이 먼 듯 합니다. 다만 서울광장이라는 넓은 공간에서 스스로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28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서울광장 앞에서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이른바 '퀴어문화축제'다. 그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성소수자들이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장소에서 축제를 연 것이다.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총 3주간 행사 중 이곳에서만 두번째 행사가 열렸다. 도심 한복판에서 공개적인 축제를 열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들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는 존재'였다.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드러낸다는 것은 곧 '사망선고'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연예인 홍석천(44)씨는 언론에 의한 '아웃팅(Outingㆍ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적 지향이 드러나는 것)' 이후 수 년간 방송계에서 퇴출당했다. 지난 2003년 인권운동가 육우당(六友堂ㆍ18)은 종교적 번민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는데 아웃팅을 우려해 빈소에 영정조차 내걸지 못했다.시간이 흐르며 성소수자의 인권은 적잖이 향상됐다. 방송프로그램 등으로 시민들이 성소수자를 직ㆍ간접적으로 만나 볼 수 있는 사례도 늘었다.그럼에도 성소수자를 둘러싼 편견과 혐오는 여전하다. 지난해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좌초 이후 일부 종교인들은 1년 가까이 시청 앞에서 농성하며 "동성애는 타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XX(항문)충', '소돔과 고모라' 등 혐오섞인 발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모든 사람은 자신이 누구이든, 누구를 사랑하든 관계없이 공포와 폭력, 차별에 대한 걱정 없이 자유롭게 살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를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그들도 평등한 인권을 가졌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사회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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