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히드라 이벤트와 메르스 대처 방안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헤라클레스를 불사의 영웅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그가 해결했다는 '12개의 위업'사건이다. 그런데 이 12개의 위업 가운데 헤라클레스가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남의 지혜와 힘을 빌어야 했던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히드라(Hydra) 퇴치사건'이다. 신화 속의 히드라는 아홉 개나 되는 뱀의 머리가 달려있는데 독을 피해 어렵게 머리 하나를 베고 나면 다른 머리들이 덤벼들고 그 사이에 잘린 머리에서 새로운 머리가 돋아나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고 한다. 영어 표현에 '히드라 헤디드 이벤트(Hydra headed event)'라는 표현이 생겨난 이유이다.  이번에 한국에서 벌어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감염 사태가 대표적인 히드라 이벤트였다. 이쪽을 잡고 나면 다른 쪽에서 더 큰 사건이 터졌다. 한 병원을 단속하고 나니 더 큰 병원에서 사고가 커졌다. 해당 병원의 직원들을 전원 격리시켰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병원의 파견직원들한테서 추가적인 문제가 생겼다. 2주일이 잠복기라고 했으나 2주일이 훨씬 넘어 발병하는 환자도 나타났다. 이미 다른 질병을 가지고 있는 고령 환자들만 걱정하면 된다고 했는데 별다른 질병이 없는 중장년층 환자 가운데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끊임없이 터졌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정부의 대처는 초동단계부터 국민을 실망시키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치명적 감염성 질병의 유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고 최초 환자에 대한 대응을 잘못해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 '병원 쇼핑'을 다니도록 만들었다. 환자 병문안이 잦은 게 한국 특유의 병원 환경인데도 불구하고 해당 병원 이름을 알리지 않았다가 사태를 훨씬 키우기도 했다.  국민 모두가 사태가 잦아드는 조짐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지만 문제는 메르스 같은 국제적(?) 바이러스가 언제든지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국제화 시대인데다 한국은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수출입 비중이 유난히 커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이나 메르스 같은 인수공통 감염이나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치사율이 높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위험에 만성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서 이 같은 히드라 이벤트의 상시화를 전제로 한 대응 시스템이 구축되고 관련 법이 철저하게 정비되어야 한다. 우선 보건복지부가 복지 쪽에 지나친 무게 중심이 주어진 결과 보건분야의 전문성이나 비중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또 질병관리본부 같은 기관의 지휘체계와 독립성, 전문성이 차제에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대형 감염성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시적 현상으로 간주해야 한다. 따라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면밀한 관찰활동과 경계방안이 사전에 마련되어야 하며 사태발생 시 질병관리본부 등 해당 기관장의 즉각적인 현장지휘 감독권한이 법 차원에서 보장되어야 한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의심환자들을 현장에서 강제격리시킬 수 있어야 하며 긴급사태 발생 시 최종 결정을 상급 기관이나 청와대가 내려서는 안 된다.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지켜본 외국 언론들 가운데는 긴급 위기상황에서의 최종 책임이 해당 기관장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선진국과 달리 일이 터지면 위에다 일단 보고하고 최종지시를 기다리는 한국의 권위주의적 시스템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 경우도 있었다. 뼈아픈 지적이다.  메르스 사태가 소강국면에 들어서면 이제 여기저기서 책임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다. 그러나 목소리만 큰 책임론 이전에 더 시급한 것이 있다. 왜 사태가 그렇게 확산될 수밖에 없었느냐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확실한 재발방지 시스템의 구축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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