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사·인가제 폐지 꺼내든 정부…통신료 인하, 시장에 맡기라는 전문가미래부 경쟁촉진 공청회, 제 4이통 놓고 찬반 논란"이통사 4곳인 영국, 세계서 가장 저렴""무리한 출범땐 되레 알뜰폰 타격""공정한 심사로 새 사업자 선정""문턱 낮아져 기존 경쟁형태 변화"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지난 6월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의 '이동통신 시장 경쟁촉진 방안 공청회' 현장.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작심한 듯이 청중에게 책 한권을 들어 보였다. 통신 규제자들의 바이블이라고 여기는 '텔레커뮤니케이션즈 레귤레이션 핸드북(Telecommunications Regulations Handbook)'이라는 책이었다. 그리고 그는 책의 한 구절을 읽어주었다. "어떤 유능한 선의의 규제자도 가장 적절하게 시장이 작동할 때의 결과를 낼 수 없다." 이 말은 자칫 규제 당국이 빠질 수 있는 규제 만능주의의 유혹을 경고하고, 규제의 최우선 목적은 결국 시장이 잘 작동하게 만드는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정치권이 연일 통신 요금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통신 분야 전문가들은 요금 인하의 가장 훌륭한 방법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나서 인위적으로 요금을 인하할 경우 산업 생태계가 혼란에 빠지고 이는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정부는 현재 요금인가제 폐지, 제4이동통신 도입, 알뜰폰 활성화라는 경쟁 촉진 방안 등을 마련, 추진중이다.◆"인위적 요금 인하, 산업 생태계 혼란으로 이어져" = 1991년 도입된 요금인가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마음대로 요금을 설정함으로써 시장에서 후발 사업자를 배제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시내전화에서는 KT, 이동전화에서는 SK텔레콤이 요금 인가 대상이다. 하지만 그동안 요금인가제는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막고 오히려 이동통신 3사간 담합을 조장해 통신사마다 비슷한 요금제만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이에 정부는 요금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되, 신고 후 15일간 유예 기간을 두는 유보신고제도 함께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보 신고제를 두는 것은 요금인가제를 완전히 폐지할 경우 통신 요금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감안해서다.정부는 요금인가제 폐지시 지배력 남용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지배력의 원천인 통신 설비를 신규사업자, 알뜰폰 등 다른 사업자에게 개방하도록 하는 사업자간 거래 시장(도매시장)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경쟁 촉진 방안중 가장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제4이동통신 도입이다. 정부는 현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점유율이 수년간 고착돼 있어 경쟁이 활발히 일어나지 않는다고 판단, 또다른 이동통신사를 허가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면 사업자간 요금 경쟁이 촉발돼 통신 요금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통신 분야 전문가들은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신규 사업자가 진입할 경우 생존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이동통신사는 전국망을 구축하고 단말기 구입과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데 초기 투자비만 4조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기존 이통사와 마케팅 및 서비스 경쟁을 펼쳐 가입자를 유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안정상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실장은 "신규 제4이통이 진출할 경우 과연 통신비 인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망구축 등 투자 비용 및 사업 추진을 위한 비용을 고려할 때 제4이통의 저가 요금 제공 가능성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제4이통, 자생력 갖춘 기업 선정해야" = 제4이동통신사가 등장하면 오히려 알뜰폰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남 충남대 교수는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가 들어오면 가장 큰 경쟁자는 알뜰폰이 될 것"이라며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으로 제4동통신과 알뜰폰 둘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이종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실장은 "4개 이통 사업자가 존재하는 영국의 경우 이동통신 요금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알뜰폰도 활성화돼 있다"며 "해외 사례에 비추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정부가 무리하게 신규 이동통신사를 출범시키기보다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자생력을 갖춘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불어넣겠다는 것이지 안되는 사업자를 억지로 선정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신규 사업자 진입과 관계없이 낮아진 문턱은 기존 사업자의 경쟁 형태를 바꾸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한편, 정부는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최근 허브사이트 구축, 전파 사용료 감면 연장, 도매댁 인하 등의 정책 방안을 마련했다. 또 2016년 9월 일몰 예정인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 제도의 연장을 검토할 계획이다.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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