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거부권 행사해도 재의결 않는 쪽으로 분위기 기울어..대야관계는 경색 우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시행령 수정 요청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새누리당이 더 이상 문제를 확대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정리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에서 재의결 과정을 거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분위기 변화는 김무성 대표의 최근 발언에서 감지됐다. 김 대표는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개정안이 위헌성이 없다고 생각해 국회에서 가결시켰는데, 그 이후 의장이 중재해 자구를 수정한 것만 보더라도 다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재의결 과정을 통해 문제를 키우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당내 의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20일 기자와 통화에서 "비록 위헌은 아니지만 더 이상 고집할 경우 당청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당내 다른 의원들도 같은 견해일 것"이라고 말했다.익명을 요구한 율사 출신의 한 초선 의원도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재의결까지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특히 국회에서 재의 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통과 가능성은 크게 낮을 것이라는 게 이 초선 의원의 견해다.그는 "거부권으로 국회에서 재의결한다고 해도 당내 다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면서 "어차피 안될 거라면 굳이 당청간 정면대결로 몰고 갈 필요는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이와 관련해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 설득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 재의결할 경우를 대비해 개정안 처리에 반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한 친박계 의원은 기자와 만나 "재적의원 과반출석에 3분의2가 찬성해야 통과되는데, 친박계 의원만 해도 70명에 가깝다"면서 "(부결을 위해) 나머지 30표 이상을 확보하는 것은 쉽다"고 말했다.정의화 국회의장도 19일 "헌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면서 재의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찬성이 적으면 다시 표결에 부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유승민 원내대표는 이 같은 분위기에 신중한 모습이다. 유 원내대표는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당 입장을 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여당이 당청관계를 더 이상 훼손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대야(對野)관계는 경색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야당은 여당이 법안이 발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한 새누리당 의원은 "7월과 8월은 하한정국인 만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야당의 반응이 다소 수그러들 것"이라면서 "9월 정기국회 때는 웬만큼 복원되지 않겠냐"고 분석했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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