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냥할 때에 '박원순 마녀 사냥'이라니…

일부 언론 잇딴 오보 미확인 보도에 서울시 방역 관게자들 '힘 빠진다' 호소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방역 와중에 일부 언론의 성급한 보도가 물의를 빚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35번 환자를 둘러 싼 잇딴 오보ㆍ미확인 보도가 나와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방역에 나선 일선 관계자들의 힘을 빼고 있는 것이다. 11일 오후 한 언론이 보도한 35번 환자의 '위독설'과 이어 다른 언론이 보도한 '사망설'이 대표적이다. 한국일보는 이날 온라인을 통해 35번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졌으며 환자 가족들이 장례식 준비까지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YTN은 아예 이날 오후 8시 쯤 "35번 환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이같은 보도는 즉시 '오보'로 밝혀졌다. 보건복지부와 서울대병원 측은 사망설 보도 직후 이 환자가 호흡 곤란으로 상태가 악호된 것은 맞지만 무의식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대병원은 이 환자의 상태에 대해 "진정 상태에서 에크모(인공심폐의료기기)를 부착하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전해진 것과 달리 생명이 위독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부에서 제기된 뇌사 설에 대해서는 "현재 진정 상태(무의식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깨운 후에야 뇌 손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도 "35번 환자가 뇌사 상태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호흡곤란 증세로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일부 언론의 이같은 성급한 보도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메르스의 독성ㆍ치사율 등에 대한 공포를 확산시켰다. 35번 환자는 38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인데다 알레르기성 비염 외에 다른 질환도 없어 위험도가 적은 환자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상태가 불안정해져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데 이어 11일에는 '뇌사설' 보도까지 나와 국민을 충격과 공포에 빠지게 했다. 그동안 의료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나이 많고 천식이나 폐렴, 신부전증 등 다른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만 치명적일 뿐,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다른 일반적 감기와 비슷하다며 안심시켜왔다. 이어 "35번 환자의 가족이 '박원순 시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병세가 악화됐다'고 말했다"는 검증ㆍ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나와 일선에서 방역에 열중하고 있는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 이 환자의 상태가 다른 환자와 달리 특별히 이슈화된 것은 박 시장과 얽히고 설킨 관계 때문이었다. 박 시장이 지난 4일 밤 긴급 브리핑에서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가 감염 후에도 3일간 재건축조합원총회 등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면서 수천명을 접촉했다며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긴급 자체 방역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35번 환자는 "감염된 사실을 몰랐고 증세가 발현된 이후에는 철저하게 자가 격리를 한 후 병원에 왔다"며 박 시장이 자신을 무개념 의사로 몰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한 종편에 출연해 박 시장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거론하며 맹렬이 공격하기도 했다. 이와중에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이 35번 환자를 인터뷰하면서 왜곡된 내용으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은 내용을 보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프레시안은 최초 보도 당시 "방금 박원순 시장이 A씨가 사전 격리 조치를 무시하고 시민 1000여 명 이상과 접촉한 사실을 고발했습니다. 사실입니까?"고 질문한 후 환자로부터 "거짓말이다"라는 답변을 받아냈다. 그러나 박 시장은 "35번 환자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시민 1000여 명 이상과 접촉했다"며 지역 사회 감염 우려를 제기했을 뿐 '사전 격리 조치 무시'는 언급한 적도 없었다. 이같은 논란은 박 시장이 지난 8일 "의도와는 달리 메르스 전염이 의사와 병원의 부주의 탓이라는 오해가 야기되었을 수 있다"며 "그 일이 당사자와 의료진들의 마음에 상처가 되셨을지 모르겠다"고 사과하면서 사태가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박 시장 때문에 35번 환자 상태가 악화됐다는 검증ㆍ확인되지 않은 발언이 보도되자 박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공무원들은 마음의 상처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 관계자는 "일주일째 방역 때문에 집에 못 들어가고 고생하고 있는 데 사실 관계나 이치에 맞지도 않은 언론 보도 때문에 고생한다는 위로는 커녕 엉뚱한 얘기를 들어야 하는 게 가슴이 아프다"며 "세월호 참사때 대형 오보로 '기레기' 소리를 들었던 과거를 벌써 잊은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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