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손 발 안 맞고, 안이한 대처, 초기 대응 실패, '행정용 매뉴얼' 등 문제점 산적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조치가 마치 잘못된 것처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해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아침 박원순 서울시장의 전날 밤 발표 내용을 반박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메르스 확진 의사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수십 명을 진료했으며, 1565명이 모인 행사장에 참석하는 등 시민을 광범위하게 접촉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문 장관은 정보공유를 하지 못했다는 박 시장의 발언을 두고도 "복지부 요청으로 관계자 회의를 개최해 정보를 제공했다"고 맞섰다.
박 시장의 공박과 문 장관의 반박 과정은 정부 부처 간, 정부와 지자체 간 정보공유가 여전히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정부의 폐쇄적이고 안이한 대처와 현장에 배치된 전문가들의 아마추어적 대응이 국민적 불안감을 극대화하고 있는 데다, 메르스 감염 확산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로 각인시키고 있는 데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사태 키운 정부의 안이한 대처= 문 장관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것은 혼선을 막고 국민 불안을 잠재우려는 의도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집중 발생한 평택성모병원 실명을 공개한 것 역시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민은 그 정도의 정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 평택이 진원지라는 사실도 이미 꿰고 있으며 이 지역 경제가 마비상태라는 기사도 너무 많이 나와 익숙해진 상태다. 문 장관은 보건당국의 책임자로서 국민의 신뢰감을 사려고 했으나 누구나 알 수 있는 수준만 확인해줬을 뿐이었다.특히 메르스 발생 초기부터 철저한 격리를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중국으로 환자가 건너갈 정도인 데다 격리조치를 받은 의심자가 골프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자택격리에 대해서는 그 수준이 너무 느슨해 확진환자가 될 경우 수많은 2차 감염을 낳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박 시장이 늦은 밤 대형병원 의사의 행적과 함께 조합총회에 참석한 1565명에 대해서도 격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로 볼 수 있다.◇정부 부처 간 손발도 안 맞아= 감염 확산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정부 부처 간, 정부와 지자체 간 손발이 전혀 맞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발표로 뒤늦게 확인된 35번째 환자의 1500여명 접촉 사실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35번째 환자의 대중 무차별 접촉ㆍ감염 가능성도 공포를 주고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시와 방역 컨트롤타워인 복지부간 정보공유가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는 "복지부로부터 이 환자와 관련해 아무런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고, 사실을 알고 난 후 담당 국장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복지부는 "4일 이전 시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정보를 제공했다"며 "2일 주택재건축조합으로 조합원총회 참석자 명단 확보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고 주장했다정보 공개 부분에서는 대통령과 보건당국 간에도 엇박자를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 장관은 5일에야 뒤늦게 제한적 정보를 공개했을 뿐이다.◇환자 관리 매뉴얼은 '행정용'?= 메르스 감염 확산을 둘러싸고 일부에선 '제2의 세월호 참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위기 상황에 대한 초기 대응이 완전히 실패하면서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됐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환자 발생 초기에 병원 내에서의 1차 방역의 실패를 이후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 국내 보건당국의 중증ㆍ감염병 환자 관리 매뉴얼의 문제점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최근 사망한 한 환자의 경우 해당 병원이 입원 이전 메르스 환자 접촉한 사실을 5일 동안이나 몰라 방치하기도 했다. 기존 전염병 관련 의료진들의 매뉴얼이 지나치게 보고ㆍ검사 등 행정 위주로 돼 있고 환자 처치ㆍ확산 방지 등의 실제 대응에서는 허술하다는 얘기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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