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채권단 또 불협화음…디폴트 위험 고조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실무 협상 타결 시한으로 잡았던 지난달 말을 아무런 성과 없이 그냥 넘기고 말았다.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구제금융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낙관했던 그리스 정부는 주말 태도를 바꿔 채권단을 강력히 비난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31일자 프랑스 일간 르몽드 기고를 통해 협상 타결이 되지 않는 이유가 채권단에 있다고 주장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이 터무니없는 요구하면서 그리스에 가혹한 형벌을 내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지금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고집스럽고 비협조적인 그리스의 태도 때문이 아니라 무리한 요구들을 하는 채권단들 때문"이라고 썼다. 치프라스 총리의 비난은 공공연금 감축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을 향한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이 여전히 지속가능한 긴축 목표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 했다며 양 측이 주말 동안 서로를 헐뜯었다고 보도했다. 양 측이 불협화음을 보이면서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대한 불안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그리스 은행에서는 지난주 단 이틀 동안 8억유로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1700억유로를 웃돌던 그리스 은행 예금 잔고는 지난 4월 기준으로 1394억유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리스는 당장 오는 5일 국제통화기금(IMF)에 3억유로 상환을 비롯해 IMF에 이번 달에만 네 차례에 걸쳐 총 16억유로에 가까운 자금을 갚아야 한다. 블룸버그는 치프라스 총리가 실무 차원의 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개입해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EU 정상들은 그동안 IMF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협상도 없을 것이란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세 명의 정상은 일요일 전화 통화를 통해 추후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세 정상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대통령은 1일 베를린에서 만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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