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가짜 백수오’ 코스닥 후폭풍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요즘 한국 사회에서 '성완종 리스트 사건' 만큼이나 한 사건이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바로 '가짜 백수오 사건'이다. 백수오라는 식물 때문에 농가, 건강식품업계, 유통가뿐만 아니라 증권시장도 시끄럽다.  이번 가짜 백수오 사건이 터지기 전만 하더라도 대다수 일반인에게는 백수오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기능식품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아예 처음 들어 본 단어 일수도 있다.하지만 백수오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옛부터 이어져온 한반도 자생식물이다. 다만, 백수오는 그 종류에 따라 여러 개로 분류돼 구분하기 어려운 식물로 알려졌다. 백수오는 원래 '하(何)수(首)오(烏)'에서 출발한다. 이는 우리말로 '어찌 모발이 까마귀처럼 검고 풍성한가'라는 뜻이다. 옛부터 진시황이 먹었던 불로초 중에 하나인 하수오는 우리나라에서도 기원과 효능이 전해지고 있다. 사상의학 창시자이자 조선의 철학자인 이제마는 저서인 '동의수세보원'에서 하수오와 관련해 적(赤)하수오와 백(白)하수오로 분류했다. 이 중 백하수오가 백수오와 같은 것이다.  이처럼 진짜 백수오 구별은 어렵고 복잡하다. 생약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이 이번 가짜 백수오 사건에서 등장하는 이엽우피소와 백수오를 구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생산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은 어려운 백수오 구별법을 악용했다. 소비자들이 백수오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파고 든 셈이다. 문제는 이번 가짜 백수오 사건의 피해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데 있다. 아직까지 생산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이나 홈쇼핑 업체들의 명확한 피해 보상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내츄럴엔도텍의 지난해 매출(1240억원) 중 75%인 940억원어치가 홈쇼핑을 통해 나왔다. 그간 누적 매출액을 감안할 때 피해치는 최대 수천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엄청난 홈쇼핑 매출 실적을 눈으로 직접 지켜 보고 내츄럴엔도텍의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조 단위에 달한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달 21일 내츄럴엔도텍은 시총 규모가 1조6000억원에 달했다. 10여일 후인 지난 4일 시총 규모는 56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원 이상이 증발됐다. 시총 규모가 줄어든 것은 그만큼 주가가 빠진 것을 방증한다. 실제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반토막 수준이 아니라 삼분의 일 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그간 내츄럴엔도텍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진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고공행진을 하던 코스닥시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4월 하순 '가짜 백수오' 파문이 불거진 이후 코스닥 지수는 물론 증시 거래대금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710선을 돌파했던 코스닥은 현재 680선을 내준 채 연일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일 코스피ㆍ코스닥을 더한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7조7673억원으로 지난달 6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처음으로 8조원 밑으로 밀려났다.  사정이 이쯤 되자 증권가에서는 지수 하락과 거래대금 감소는 시장경계심리를 반영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럴 때 일수록 조속한 사태 수습이 필요하다. 검찰 조사로 가짜 백수오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고 관련자나 업체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국거래소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들도 내츄럴엔도텍에 따른 증시 혼란을 빨리 잠재워야만 한다. 15년 만에 부활의 기회를 맞은 코스닥시장을 오히려 위기로 모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sinryu007@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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