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자력 기술 산업화의 전환점으로

한미원자력협력협정 개정협상이 어제 4년6개월여 만에 타결됐다. 이번 협정 개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국제 비확산 강화라는 미국 주도의 국제적이고 현실적인 틀 안에서 우리의 원자력 수준에 맞는 자율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1973년 체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불평등조약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이 완전히 막혔고, 원전 수출이나 기술개발과 연구조차도 일일이 미국의 허가와 동의를 받아야 했다. 이번 협정 개정으로 이런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점은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번 협정에서 미국은 농축ㆍ재처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골드 스탠더드(황금표준)' 규정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산' 우라늄을 '20%까지' 농축할 수 있게 됐다. 파이로프로세싱(건식재처리)의 초기단계인 전해환원도 장기 동의를 얻었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초보적이지만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아울러 미국산 핵물질, 원전 부품, 장비 등의 제3국 이전도 포괄적인 동의를 받았다. 급속한 기술 발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협정 유효기간을 20년으로 단축한 점도 긍정적이다. 전체적으로 봐서 사용후 핵연료의 효율적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의 원활화 등 정부가 정한 세 가지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이 농축ㆍ재처리에 대해 완전한 권리를 갖는 것과 견줘 협상 결과가 미진하며 '핵주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일본은 1978년 미국의 비확산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재처리기술을 확보하는 등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번 협정으로 우리 원전기술과 산업은 전환점을 맞았으나 미국이 제동을 걸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는 핵물질 관리의 투명성을 높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치밀한 논리를 세워 신설되는 상설 고위급 위원회를 통해 미진하다고 지적된 부분을 해결하는 데 힘을 쏟길 바란다. 특히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의 최종적 처분 방안의 공론화에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산업계와 과학계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기술과 방안을 더욱 발전시키기를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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