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아슬아슬한 900원선…'당국 개입강도에 주목'

한때 899.67원으로 2008년 2월28일 이후 최저치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원ㆍ엔 재정환율 900원선이 7년여 만에 깨졌다. 원ㆍ엔 재정환율은 23일 오전8시22분 기준 899.67원으로 이날 마감한 뉴욕시장 대비 0.66원 하락했다. 다만 이후 900원대를 회복하면서 이날 오전 10시19분 기준 902.53원을 나타냈다. 원ㆍ엔 재정환율 900원선이 붕괴된 것은 2008년 2월28일 889.23원(종가 기준) 이후 7년2개월 만이다. 원ㆍ엔 환율은 2012년 6월만 해도 100엔당 1500원대였지만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왔다. 최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12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면서 원화 강세를 이끈 것도 엔화 약세에 한 몫을 담당했다. 원화 약세가 수그러들면서 정부가 '희망의 빛'으로 보고 있던 신(新) 3저(低) 현상은 강도를 잃었다. 특히 올 들어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는 수출 전선엔 더욱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게 됐다. 엔화 대비 원화 강세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수출점유율이 일본에 밀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아직 정부 입장을 밝히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환시장 움직임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시장이 지금 워낙 민감하다"며 "환율이 급변동하거나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미세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대책 마련을 고민하는 정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까지 "원ㆍ엔 재정환율을 모니터링하겠다"면서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던 한국은행도 올 들어서는 "엔 대비 원화 강세가 임계치에 왔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제기되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만간 엔저에 대응한 추가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새어나온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외화자금팀 관계자는 미국이 최근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비판하는 등 녹록지 않은 국제 정치 환경을 짚으며 "시장에는 당국의 개입이 이전처럼 적극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면서 "원ㆍ엔 재정환율 900원선 방어를 위한 당국의 개입 강도에 주목하며 투자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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