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실세'겨냥 檢, '성완종 의혹' 수사 잰걸음…이유는?

의혹 꾸준히 제기되고 정치권 영향…'입지다지기 행보'라는 해석도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검찰이 12일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섰다. 당초 정권실세를 겨냥할 수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는 행보다.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12일 오후 대검찰청 간부 회의를 연 뒤 성 전 회장이 사망하며 남긴 정계로비 의혹을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신속한 수사로 의혹 없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냈다.이는 기존에 수사에 대해 유보적일 것이라는 입장에서 크게 진전된 모양새다. 앞서 10일 김진태 검찰총장이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불러 "메모지의 작성경위 등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관련 법리도 철저히 검토해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지만 검찰은 본격적 수사착수는 아닌 “‘원론적 의미’에서의 조사”라며 선을 그었었다. 이날 검찰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 이유는 성 전 회장이 남긴 통화와 메모가 연일 보도돼 관련 의혹이 증폭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경향신문>은 10일 성 전 회장이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11일에는 성 전 회장이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이던 홍문종 의원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한 부분도 공개했다. '대선 자금 로비'의혹으로 논란이 커졌다. 또 성 전 회장의 윗옷 주머니에서 김기춘ㆍ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유정복 인천시장·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인 8명의 이름과 액수가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 대검 관계자도 "추가 의혹 제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신속하고 철저하게 의혹 사항을 수사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이 수사요구를 한 점도 한몫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역없는 철저하고 신속한 검찰 수사를 통해 국민의 의혹을 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번 수사가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라는 해석도 있다. 검찰이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비리 첩보를 입수할 경우 향후 정권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고 독립적인 행보를 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이제까지 사례와 같이 현재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 정치인들이 현 정권에서는 ‘실세’로 분류되더라도 정권이 바뀌었을 때 수사 물망에 오를 수 있다는 면에서 미리 기반 다지기에 나섰을 수도 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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