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협 결렬' 홀로 입법추진하는 정부 '노동계 극한투쟁 없을 것'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홍유라 기자]정부가 노사정 대타협 결렬에도 불구하고, 청년고용 활성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통상임금 범위 명확화,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연착륙 등에 대해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합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홀로 입법 추진 등을 결정함에 따라 노동계의 반발 등이 예상된다. 정부는 논의 과정에서 일부 합의점을 이룬 분야에 대해 진행하는 것인 만큼 극한 투쟁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이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결렬 선언에 따른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기자브리핑을 갖고 "한국노총이 협상재개의 선결요건으로 요구하는 사항들이 노사간에 근본적인 시각차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완전합의를 이루기까지는 그 기일을 기약할 수 없음을 절감하게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4월9일 6면 '정부, 노사정 대타협 차선책 마련' 기사 참조>◆홀로 입법추진…어떻게?=먼저 정부는 통상임금, 근로시간, 정년안착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 등에 대한 입법을 추진한다. 통상임금은 노사정이 공감한 것과 같이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개념정의와 제외금품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입법화할 예정이다.또 근로시간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되,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입법 1년후부터 4단계로 적용한다. 4년 후 재검토하는 일몰제 도입을 전제로 특별연장근로도 허용하기로 했다. 정년안착에 대해서는 컨설팅 등을 강화한다.아울러 앞으로 청년고용 활성화를 위해 상위 10% 고소득 임직원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기업도 그에 상응하는 기여를 해 청년 채용규모를 확대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도 장려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대기업 및 원청기업이 중소협력업체와 성과를 공유하여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도록 할 것"이라며 "상시ㆍ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가급적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지원하면서, 인건비 절감만을 이유로 한 비정규직 남용은 억제하여 향후 비정규직 규모를 줄여나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사회안전망도 강화한다. 최근 논란이 된 최저임금은 소득분배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해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또 실업급여 지급기간 연장, 대상 확대, 지급수준 인상, 실업인정 심사 강화 등 종합적인 개선 방안은 6월까지, 출퇴근재해의 산업재해 인정 방안, 감정노동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은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비정규직 고용 관련 법제도 개선 ▲최저임금 관련 제반 쟁점사항에 대한 종합 개선방안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근로시간 상한선 수준 등 방안 ▲근로시간 적용제외제도 개선방안 등은 관련 당사자를 포함해 노사정간 논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노사정 대타협 과정에서 결렬 배경이 된 근로계약 해지 기준 명확화, 취업규칙 내 임금체계 개편 반영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당장 이달부터 개별기업의 임금단체협상이 본격화되는 만큼, 노동계의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내년 정년연장제도 시행에 앞서 임금체계 등 주요 현안을 정비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6개월 이상 공들여온 노동개혁이 실패로 끝날 경우 박근혜정부의 국정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배경이 됐다.◆노정갈등 고조될 듯…국민적 비판도 불가피=정부가 단독으로 주요 과제에 대한 입법추진 등에 나서겠다는 차선책을 밝힘에 따라 향후 노정 갈등은 사상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은 이미 오는 24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타협 결렬을 선언할 당시 "일반해고 요건 완화, 비정규직 기간 연장 등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이에 대해 이 장관은 "노사정이 몇가지 이견있는 부분을 제외하곤 서로 교감했다고 본다"며 "교감한 부분에 대한 실천에 대해서는 (노동계가) 반대투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후 입법해야 할 사항은 노사정위원회나 다양한 노사간 대화 통해 협의 해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극한 투쟁은 안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기국회 전에 노사정 간 논의해서 방향을 마무리 하고 정규직 개편 입법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 장관은 노사정이 합의서에 서로 서명한 것이 아닌 만큼, 합의된 게 없다고 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노사정 간 공감대가 형성됐고 몇가지 쟁점은 안된 것이 맞다"며 "공감대형성 부분은 후속 입법과 예산확보 등을 통해 시행하고, 큰 방향이 합의됐지만 후속으로 논의해서 입법해야 하는 것은 논의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답했다.일자리 확대와 개선 차원에서 기대를 모았던 대타협이 지난달 시한 내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결렬까지 간 데는 노사정이 각자의 기득권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대타협은 22%에 육박하는 청년 체감실업률을 낮추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을 좁히자는 데 시작점이 있었다.이에 따라 먼저 테이블을 박차고 나선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와 정부, 노사정위원회까지 책임론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애초에 정부가 비정규직, 사회안전망 등 민감한 이슈들을 3개월 만에 합의하겠다고 나선 것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 잇따른다.당장 한국노총은 논의 과정에서부터 총파업 카드를 꺼낸데 이어 협상 테이블을 먼저 깼다는 점에서 합의의 기본자세를 져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경영계는 먼저 고용창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사회적 책임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의 요구에 방어하기에만 급급했다는 평가다. 특히 논의 과정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규제개선 등을 요구하는 등 기득권 확보에만 골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정부 역시 논의 시작단계에서 이미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다 쓰며 협상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타협 실패 후 단독으로 추진하는 입법과정 등에서 노정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으며 각종 논란이 잇따를 가능성도 높다. 노사정 논의를 주도했던 노사정위는 또 다시 무용론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타협 실패시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던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위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재차 사퇴의사를 밝혔다.김 위원장은 "상당히 많은 이슈에서 의견 접근이 있었고 그 자체로도 가치와 의미가 있다"며 "노사정간에 상당한 의견접근이 있었음에도 노동계가 일부 쟁점을 이유로 입장을 번복하고 마지막에는 이미 정리된 사안을 추가로 제시하는 등의 자세는 협상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난 8일 결렬을 선언한 한국노총에 아쉬움을 표했다.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대타협 논의는 지난해 8월19일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를 구성하면서부터 개시됐다. 작년 9월 1차 전체회의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역할을 논의하고 3개월여에 걸친 논의 끝에 12월23일 구조개선의 기본방향을 담은 대타협 합의문을 채택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약 6개월간 96회의 특위 회의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내 결렬됐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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