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현기자
말론 브란도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말론 브란도. 이름만 들어도 '대부'의 돈 코를레오네를 연상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그의 출연작을 보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지옥의 묵시록' 등 불후의 명작이 셀 수 없이 많지만 '대부'에서 남긴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그 때문인지 말론 브란도는 강인한 아버지 역할에 잘 어울리는 배우이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수퍼맨'이다.3일은 말론 브란도가 태어난 지 91년이 되는 날이다. 어느덧 탄생 100주년을 향해 달려가는 이 명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1978년 '수퍼맨'이 눈에 띈다. 당시 '대부'에 이어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등 무게감 있는 영화에서 주연을 맡으며 주가를 올리고 있었던 말론 브란도가 히어로물에 출연한 것은 다소 의외다.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화 수퍼맨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이 영화에서 말론 브란도는 수퍼맨의 아버지인 조엘 역을 맡았다. 말론 브란도가 먼저 조엘 역에 관심을 가지고 제작진에 연락을 했다고 전해지는데 아마도 이 영화의 각본을 맡았던 마리오 푸조와 인연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마리오 푸조는 '대부'의 원작자이며 각본도 쓴 바 있다. 여하튼 말론 브란도가 '수퍼맨'에 등장하는 분량은 길지 않지만 그는 출연료로 주연이었던 크리스토퍼 리브보다 많은 400만 달러를 받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이 되고, 아들은 아버지가 된다'는 명대사를 남기기도 했다.수퍼맨의 아버지로서 말론 브란도는 2006년 20여년 만에 다시 선보인 슈퍼맨 시리즈의 영화 '수퍼맨 리턴즈'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는 2004년 타계했지만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옛 영화를 편집한 장면을 삽입했다. 말론 브란도가 연기한 조엘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었던 셈이다.그런데 말론 브란도가 사후 다시 한 번 아버지 역할로 돌아올 뻔한 적이 있었다. 바로 심형래의 '라스트갓 파더' 얘기다. 미국 마피아 대부가 아들 영구를 후계자로 발표한 뒤 벌어지는 얘기를 다룬 이 영화의 대부 역할로 말론 브란도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복원하는 방안이 추진됐던 것이다. 이 계획은 초상권 문제 등이 유족과 합의되지 않으면서 불발됐지만 돌이켜보면 수퍼맨 아버지가 영구 아버지가 될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다.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