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광풍이 만든 '희노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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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1층 안내데스크는 지난 24일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이후 민원인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대부분 "왜 (나는)안심전환대출 대상자가 아니냐?"는 항의성 민원인들이다. 안내 데스크 여직원은 "제가 하는 일이 아니라 답변드릴 수 없다"고 하소연하기 바쁘고 민원인들은 "그럼 담당자라 연결해 달라"며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였다. 한 민원인은 "'국민의 행복만 생각합니다'란 안심전환대출 TV광고를 보고 은행에 갔더니 고정금리 대출자라 안된다고 하더라"며 "정부 말을 따른 나만 바보가 됐다"며 항변했다. 안심전환대출의 예상 밖 '대박'에 대한민국이 야단법석이다. 출시 첫 날 4조9139억원을 소진, 당초 예정한 한 달치 물량 5조원이 거의 바닥났다. 이튿날에도 4조1024억원이 승인됐고 출시 나흘 만에 20조원이 동 났다. 금융위가 부랴부랴 추가로 20조원을 긴급 투입했지만 열기가 식지않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의 유례없는 흥행에 대출 소비자, 은행, 금융당국 등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이자 줄었다" 웃는 대출자가장 신난 쪽은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대출 소비자다. 변동금리 3.5%로 1억원을 대출받았던 서진규씨가 이런 경우다. 서씨는 그동안 매달 이자로 29만원을 냈지만 다음달부터 이자가 22만원으로 줄어든다. 2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 금리 연 2.65%의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결과다. 물론 종전보다 원금을 32만원 정도 더 내야 하지만 20년간 내야 할 이자가 4200만원 정도 줄었다는 것에 만족해 하고 있다. ◆"정책 통했네" 흐뭇한 정부금융 당국의 표정도 밝다. 주택 보유자들의 빚 부담에 대한 핵심을 짚어내면서 근래 유례없이 성공을 거둔 경제 정책이었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주택담보대출은 처음부터 나눠 갚아나가야 한다는 바람직한 금융관행을 인식 시키는 계기도 되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역대 정부의 경제정책 중 시장 반응이 컸던 것은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김대중 정부의 카드사용 활성화 정책에 그친다. 정치권에서 최근 들어 안심전환대출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하며 개선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정책 흥행이 빚어낸 한 단면이다. ◆"자격 왜 안돼" 속쓰린 서민들안심전환대출의 그늘에 휩싸인 쪽도 적지 않다. 금융위를 찾아 속상함을 호소하는 민원인들처럼 제2금융권 대출 소비자들은 안심전환대출이 갈아타고 싶어도 못하는 '그림의 떡'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저축은행ㆍ신협ㆍ상호금융ㆍ새마을금고 등 제2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5조237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원금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제2금융권 대출자들을 이번 안심전환대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바꾸지 말걸" 성난 환승자고정금리대출자들의 불만도 높다. 2011년까지만 해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3%가량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23.6%로 급증했다. 정부가 시중은행에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라고 권유한 결과다. 정부 말만 믿고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착한 금융 소비자'만 역차별을 받게 된 것이다.은행권도 속앓이가 깊다. 은행들은 주택금융공사에 대출을 넘기면서 받은 돈으로 연 2%대 금리의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을 사야 한다. 은행이 어쩔 수 없이 부담을 져야 하는 구조다. 시중은행 한 부행장은 "금융개혁을 하라고 금융권을 압박하면서 한쪽에선 수익성을 저해하는 안심전환대출을 팔라고 하니 답답하다"며 "정부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안심전환대출을 떠안았는데 올해 실적이 나쁘면 또 금융이 고장났다고 할 것 아니겠냐"며 씁쓸해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변동, 거치식 금리를 장기고정으로 분할상환해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방향성은 맞다"며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안심전환대출이 흥행을 하면서 이같은 부채탕감 정책이 또 나올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은 522조원으로 전월대비 3조4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2월중 3조9000억원이 늘어 가계대출 증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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