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연금 난항, 서둘되 졸속은 안돼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이 답답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민대타협기구가 끝내 타결 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활동을 종료한 채 국회로 공을 넘겼지만 국회는 실무기구 구성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여야는 공무원노조, 전문가 등도 참여하는 실무기구를 만들기로 하고 어제 이의 구성과 일정 등을 논의했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다. 우선 대타협기구와 국회 특위가 작년 말부터 90일간 가동됐지만 목표 일정을 지키지 못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특히 국회의 문제해결 능력에 대해 새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13개 기관 대상 신뢰도 조사결과에서 국회는 17%의 낮은 수치로 최하위에 그쳤는데 여야는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새겨보고 갈등의 조정자 및 해결자로서의 자기역할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하면서 이번 논의에 임해야 할 것이다. 누누이 얘기했지만 거듭 밝히고 싶은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급성이다. 갈수록 공무원연금 재원 마련이 힘겨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을 더 미룰 수는 없다. 이번에 실패하면 후유증이 클 것이다. 개혁의 실패는 문제의 내성(耐性)을 키워 다음엔 더 해결이 어려워진다. 특히 내년 이후 총선과 대선이 이어지는 상황에선 개혁의 동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하에 여야가 다시금 비상한 각오를 다지기 바란다. 협상이 삐걱대고는 있지만 최종타결을 비관할 것만은 아니다. 개혁안 처리 시점인 오는 5월2일까지 여유가 별로 없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전향적인 논의만 이뤄진다면 협상은 급진전될 수 있다. 여기서 잊지 말 것은 시한 내 타결을 목표로 삼되 그렇다고 졸속 타결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올 수 있는 개혁안들이 거의 다 나왔다는 점을 일단 성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공적 연금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여야와 정부 모두 동의하고, 공무원들도 '더 내고 덜 받겠다'는 데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건 협상의 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서둘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는 안 된다. 제출된 안들을 놓고 조정할 건 조정하고 보완할 건 보완하면서 큰 틀의 양보를 얻어내는 협상력을 발휘하다 보면 '최적의 합의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국회와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 역량이 한 단계 높아지길 기대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